- Lim Chang-min
 
Cacophony XIII
 2017. 8. 21 - 2017. 9. 9

카코포니 13_리마인더



요즘은 다양한 공간에서 신진 미술작가들을 위한 전시가 기획된다. 의도나 스타일이 각양각색인데, 참여 작가들이나 기획자들의 마음은 아마도 하나일 것이다. ‘잘 되었으면!’

전시에 대한 평단의 후한 평가든 박한 평가든, 아니면 상업적인 성과의 높낮이도 당연히 영향이 크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의도를 그대로 살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하나로 모일 것이다. 이 하나를 이루는 밑바탕에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협력이 깔려있다. 투여되는 노력과 협력의 주체는, 가령 전체를 움직여가는 공간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가진 의지, 전시의 방향과 색깔을 정하고 연출하는 기획자, 그리고 후원자들의 뜻이 한 데 모여야 온전한 시작과 마무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번 카코포니 리마인더 전은 갤러리 분도가 매년 진행해 왔던 신진작가 프로모션 전시를 잠시 멈추고, 다른 형식으로 접근한 일종의 보고서다. 카코포니를 통해 미술계에 진출한 작가들의 현재를 주목해보자는 뜻을 살려 리마인드(re-mind) 개념으로 다듬었다. 사실 여기에는 꽤나 많은 고민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문제는 수많은 역대 참여 작가들 가운데 누구를 이 장에 초대하는 가에 관한 결정이었다. 고민 끝에 필자는2006년 첫 회부터 2016년 작년 12회까지 선정되었던 예순두 명의 작가리스트 아래에 카코포니 기획에 큰 힘을 보탠 분의 이름을 표기해보았다. 가장 큰 힘이 되어준 박동준 대표를 필두로, 윤규홍 디렉터를 포함한 역대 아트디렉터들의 의견을 구하고, 여기에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의 의사를 더해 하나의 일람표를 완성했다.

이렇게 해서 남은 작가 이름이 오정향, 안동일, 홍지철, 권세진, 박수연이다. 세상에 그 무엇도 전적으로 객관적일 수는 없지만, 이들 다섯 명의 참여 명단은 현재 작가로 이룬 성취와 함께 분도라는 화랑이 가진 성향까지 고려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당연히, 리스트에 빠져있는 더 훌륭한 작가 군이 나머지 쉰일곱 명 가운데 포함되어 있다.

다섯 작가들의 출품작을 간략히 살펴보면, 미디어 아티스트 오정향은 해체된 도심 공간을 영상으로 구축함으로써 그 속에 소멸해가는 기억을 불러 공간과 관련된 기억을 불러온다. 그는 사람들에게 구술 형태로 전달받은 기억을 삼차원 영상기술로 표현한다. 이러한 재현은 현재를 사는 각자의 기억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하는 공간 프로젝트다.

사진과 회화와 아카이브 등 전 방위에서 활동 중인 작가 안동일은 자신이 직접 관찰한 도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그가 렌즈에 투사하여 만든 이미지에는 작가적 시선이 오롯이 담겨있다. 그 시선 속에는 같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변화, 도시인들의 바쁜 동선, 삶의 흐름이 겹쳐져 있고, 작가는 그 다양한 풍경을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서양화가 홍지철의 작품에는 항상 커피향이 배어있다. 그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끊을 수 없는 커피를 주제인 동시에 재료로 삼아 주로 평면 회화로 완성해 왔다. 대다수가 빈곤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커피 생산국의 어린이들을 도상으로 삼은 그의 작품은 커피를 둘러싼 문화제국주의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그 현실의 비참함을 관객들이 너무 무겁게 다가가지 않는 방식으로 담담히 그려낸다.

한국화를 전공한 권세진의 예전 초반 작업은 그의 개인사가 담긴 사진 앨범에서 시작되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근대사 속에 다수의 기록으로 그 작업 범위가 확장되었다. 작가는 역사를 보도 사진과 같은 공개 기록물로 접하는 한 개인으로서 자신에게 의문을 품었다. 이에 그는 현 시대의 한 사람인 동시에, 기록의 담지자로서 이미지를 채록하고 있다. 작품 속 획이 겹쳐 지나간 자리는 권세진이라는 관찰자를 투과한 또 하나의 기억그림사진이 된다.

전시작가 중 가장 막내 뻘인 작가 박수연은 자신의 삶에 예기치 못했던 여러 상황을 자연현상에 빗대어 시각화한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의 권능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현재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대입하여 화폭에 표현된다. 그렇게 탄생한 기묘한 풍경은 캔버스에 부유하듯 그려진다.

미술 창작가의 길은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어둠의 길일 수 있다. 그렇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작가들이 벌이는 치열함은 하나의 결실이 되어 스스로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들을 위한 자리이다. 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들 다섯 작가가 지금까지 카코포니 프로젝트를 거쳐 간 작가들 가운데 주요한 리마인더로서 기록되고, 또한 이들과 같은 길을 걸어가야 할 작가 지망생들에게 선명한 지침이 되길 바란다.

김지윤, 갤러리 분도 수석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