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cophony : Shuffle Cards
 
Chong Gon Byun
 2007. 2. 20 - 3. 10

Korean Memories, American Dreams: 변종곤의 작품세계

 

진정한 의미의 아메리칸 드림이란 무엇일까?

때때로 제3자이어야 비로소 한 문화의 내면을 진실로 꾀뚫어 볼 수 있다.

 

변종곤, 그는 인생의 반을 한국에서, 나머지 반을 미국에서 살았다. 그는 종교, 역사, 정치 그리고 대중문화의 모순을 장난꾸러기처럼 풍자한다. 한편으로 그의 작품은 아메리칸의 전형이다. 이는 아메리칸 매스미디어와 헐리우드의 이미엄(Idiom)들이 작품에 흠뻑 들어나 있으며, 동시에 그에게 또 하나의 고향이 되어버린 뉴욕, 그 도시의 잔해가 작품속에서 아이러닉하고 재치있는 현대적 감각으로 구성되어져 있음에서 확인된다.

 

이는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지낸 변 작가의 어린시절으로부터도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는 한국전쟁과 그 여파가 두드러진 매우 어려운 시대를 보냈다. 이는 많은 가족들이 남과 북으로 갈라지고, 또한 많은 이들이 심한 궁핍에 시달려야 했던 시기였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변작가의 예술적 재능에 힘을 북돋아 주시던 굳건한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그는 어린시절부터 예술적 재능을 키워나갈수 있었다. 이 시기 변작가는 대수롭지 않은 작은 물건들도 너무나 소중히 여겨지고 그리하여 그냥 지나치게 되지 않았음을 기억한다. 즉 모든 사물들은 재사용을 위해 재활용 되어지고 개조되어지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는 휴전 때 목격한 미군들의 다중적인 이미지를 기억한다. 할머니의 잡지를 곁눈질하며 본 미국이라는 나라는 한편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부를 지닌 나라였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확고한 군사적 힘으로 한국인들을 밖으로 몰아내고 한국 정부를 차지한 나라이기도 했다.

 

이 모든 면들은 변작가의 작품속에 잘 녹아 들어있다. 그는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물건들을 합쳐서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브리콜라주(Bricolage)는 그가 나름대로 사물들의 비밀스런 생명성을 여러가지로 실험하고 난 훨씬 뒤에서야 접하게 된 초현실주의보다는, 전쟁후 재활용과 더욱 깊은 관련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권위에 대한 질문과 진부한 사실주의를 뒤엎는 그의 기질은 다다이즘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한국전 이후 한국 사회의 인간 행동에 대한 제한과 구속에 대한 그 나름의 답변에서 기원해 온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또 한편 그의 작품속에 계속적으로 나타나는 물질주의와 정신주의 사이의 긴장은 미국의 팝아트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실로 한때 한국을 온통 뒤덮은 미국의 소비지상주의와 개인주의의 파괴적인 힘에 대한 그의 반영이라 하겠다.

 

변 작가의 모든작품들은 서로 다른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에 관한 의미와 감각을 전달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미국은 새로운 상품들과 욕망과 환타지가 쏟아져 나오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역사 또한 지워져 버리는 곳이라 표현된다. 사회의 한 단면에서는 유명인, 새로운 것, 그리고 성공을 숭배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청렴, 자유, 그리고 공동사회에 대한 열망을 보인다.

한 예로 이러한 모순은 녹슬은 우유 캔위에 그려진 젊고 영웅적으로 묘사된 마오(Mao)의 초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작품 위에 올려진 큰 별을 들고 서 있는 스포츠 트로피는 마치 공산주의 지도자로서의 마오의 스타적 자질을 입증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마오 조각상 외에도 녹슨 우유병 위에 그려진 서구 세계의 미디어 스타들에 대한 풍자로는 우디알렌, 오드리 햅번등이 있다. 또 다른 작품으로는 미개척 시절의 아메리칸 인디언 추장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빈티지 사진에 기본을 둔 큰 사이즈의 페인팅이 있다. 이 그림 속에서 선보이는 지금은 설 자리를 잃은 미국의 개척자인 인디언 추장의 손에는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생활의 사치품이자, 타락을 상징하는 샤넬 #5 향수가 들려져 있다. 또한 한 손에는 성서를 들고 있는 전통적인 한국 인형이 거의 옷을 입지 않은 야한 사진을 보고 있는 작품에서는 여성성과 정신성에 있어서의 전통과 현대적 비젼사이의 부조화를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여러 작품들은 작가가 지금껏 새로이 적응하며 살아오고 있는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꼬집어 내는 변 작가만의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이렇듯 되풀이 되는 주제들은 높은 종교적 이상들과 그와 반대되는 부와 명예에 사로잡힌 현실, 저속하고 대중적인 것으로 바뀌어가는 전통적인 우상의 변질, 한때 소중히 여겨졌던 것들이 점차 퇴화되어 가는 상황, 곳곳에 흩어져 있는 노골적인 성의 표출, 그리고 전통이 잊혀져 가는, 거대한 건망증에 사로잡혀 버린 이들의 잃어버린 역사에 대한 재해석의 의미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겠다. 이러한 작가의 다채로운 시각들은 풍자적이지만 깊은 메세지를 담고 표현된다. 이런 변 작가에게 있어서 미술이란 다른 어떤 형식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그만의 진실과 생각을 전달하는 단 하나의 매개체인 것이다.

 

Eleanor Heartney(미술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