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칠
 
Ok-Soon Seo
 2007. 1. 8 - 1. 31

서 옥순의 작품세계

 

서 옥순의 작품세계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는 흑백의 대비로서 나타난다. 이것은 작가의 내면의 세계를 색에 대한 미니멀적인 표현방법이며 또한 관찰자로 하여금 그녀의 작업에 대한 강력하고도 정제된 상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 라고도 할 수 있다. 그녀가 이러한 흑백을 통한 내적인 면을 강렬하게 표현하고자 한 방식은 우리 인간의 지각이 감각기관을 통하여 받아들이고자 하는 현재, 미래 그리고 과거의 복잡다단 한 고정된 관념으로서의 보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강한 유혹의 욕구를 흑백의 대비로 과감히 줄여 절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색에 대한 과감한 줄임은,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원초적으로 타고난 색에 대한 욕구를 자제함으로써,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적 심적 상태를 어쩌면 최대한의 강렬한 의미로서 전달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그녀의 작업에서 보여 지는 실의 꼬이고 서로 얽힌 듯한, 또는 흘러내리는 듯한 이미지는 관찰자로 하여금 많은 상상을 던져 주기에 충분하다. 이리하여 표현된 형태들의 사이에서 또 하나의 관심을 끌게 하는 것은 바로 자연의 중력의 법칙을 이용한 아래로 흘러 내리는 것이다. 캔버스에 서로 엉키고 또한 풀리면서 끝없이 뻗어 내리는 선들은 작가가 표현한 이러한 형태들에게서 고정된 완벽성과 절대성에 대한 반어이며, 또한 짜인 공간을 소멸시키고 제거하는 힘의 역동성을 화면에 실어준다. 그리고 흘러나온 실은 또다시 어디론가 머무르지 않는 인간들의 여정에 대한 암시로써 표현된다. 이러한 확고부동한 흑백의 대비와 한편을 흘러내리는듯한 유연함의 조화는 바로 우리의 삶에서 보여지는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이 세상에서의 영원 불멸함이라는 인간의 원천적인 욕구에 대한 반문으로 나타나는데, 그녀의 작업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욕구와허상을 하나의 자연 법칙에 의해 흘러간다는 의미를 내재하고 있다.
서 옥순의 실 작업에서 보여지는 작가의 심적 세계는 많은 세상의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현 인들에게 흑과 백이라는 단어로써 추상적 이면서도 명상이라는 단어를 던져준다. 이러한 흑과 백의 화면구성은 동양에서 보여지는 음과 양의 논리가 적용된 것이리라. 이 두 색은 서로를 상호 견제하기도 하며 또한 서로 보완하기도 하는 것이다. 두 가지 중 어느 하나의 색이 사라지게 되면 결국은 나머지 하나의 효력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나와 관계되는 어떠한 것들 혹은 심적 상태의 관계에 대한 정의로서의 표현이다.
그녀가 표현하고자 하는 작업에의 내용은 하나의 머무르지 않는 삶의 여정을 표현한 것이며, 또한 존재하는 것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사에서 욕심으로 인한 채워질 수 없는 혹은 채우려면 우선 비워야 한다는 인간적인 삶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작가 내면의 세계를 사각형의 짜여진 틀 안에 실을 서로 겹치고 엉켜 수를 놓음으로써 표현하였다. 그 실들은 서로를 연결하기 위하여 서로 만나고 또 헤어진다. 그 속에서 그들은 또 엉키며 부대끼는 삶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은 우리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연의 법칙 앞에 굴복하는, 스스로 유연해지며 또 그 숙명의 카테고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자연에로의 복귀를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인간의 내면의 세계를 서양적인 추상적인 면과 동양적인 색으로 표현함으로써 서 옥순의 작품은 동양과 서양에의 두 가지에 대한 앙상블로 나타나고 있다.

 

Horant Fassbi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