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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돌아보다.

2018. 9월 6일 - 2018. 10월 16일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구본창의 개인전 <시작을 돌아보다>전이 2018대구국제사진비엔날레 기간에 맞추어 갤러리 분도에서 벌어진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작가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진 예술에 대한 동경을 품고 퇴사한다. 그리고 곧 독일로 건너 간 그는 함부르크에 있는 국립 조형미술대학교에서 사진 디자인을 전공하고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에 유학을 마치고 이듬해 중앙대학교에서 시작된 강의 생활은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에 교수직을 가지는 것으로 이어졌으며, 2018년 올해 대학을 정년퇴임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여러 실험적이며 동시에 관조적인 사진 연작을 쉼 없이 발표해 온 구본창 작가는 창작 활동과 더불어 사진전시 기획에서도 큰 활약을 벌여왔다. 2008년 대구사진비엔날레 전시총감독을 맡으며 대구를 사진예술의 한 거점으로 일군 업적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갤러리 분도에서 기획된 이번 전시는 대학정년퇴임에 닿은 그의 생애 이력에서 본인의 작가로서의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의미로 준비되었다. 우리의 제안이 아닌, 작가가 직접 붙인 전시 제목 <시작을 돌아보다>는 그 말 속에 이와 같은 전시의 성격을 담고 있다. 작가 본인도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주관주의 사진(subjective photography)을 주창하며 현대 사진의 대가로 남은 오토 슈타이너트(Otto Steinert)의 방법론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그는 그 독일의 대가와 흡사한 길을 걸어왔다. 그 길 위에 한국미술 속에서도 전시 환경의 변화와 광학 기술의 발전, 그리고 새로운 후세대 작가의 감성이 사진계에 등장했으며 그때마다 구본창은 작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유연하게 자신의 작업으로 풀어왔다.    

<시작을 돌아보다>는 갤러리 분도에서 열렸던 첫 번째 초대전 <표면의 해석>(2013)에서 다시 공개되었던 그의 본격적인 작품 시리즈 <In The Beginning>, <굿바이 파라다이스>, <시간의 그림>, 그리고 지금까지 대표적으로 그를 떠올리는 연작 <백자> 작업 이전의 초기 작업을 보여준다. 특별히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가로서의 인생이 정해지지 않았던 고교 시절의 습작과 유학 시절 독일의 이국적 정취를 담아낸 작품,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 온 직후 본인의 어려웠던 시절을 투영한 <긴 오후의 미행> 연작이 선을 보일 예정이다.

윤규홍, Art Director/예술사회학

Criticism

최초의 구본창

욕심을 부리자면 끝도 없지만,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전시가 여기에 있다. 한국 사진예술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작가 구본창이 그의 생애 이력에 또 하나의 매듭을 짓는 시점을 맞았다. 이쯤이면 회고전 형식을 갖춘 전시를 거창하게 준비하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과 포부는 애당초 거기에 맞추어져 있지 않았다. 예컨대 학예 연구의 공적인 의무감에서 작가의 대표작을 시기별로 선택하고 분류해서 전시하고, 공간의 어느 벽면에 바이오그래피를 시트지에 붙여서 보여주는 일은 언젠가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게 지금 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가 회고전의 성격을 띤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통시적인 관점에서 특별한 부분을 따온 이 전시는 선생이 작가로서의 출발점을 되짚어 보여준다. 그 누구의 제안도 아닌, 선생이 직접 붙인 제목 <시작을 돌아보다>는 그 속에 전시의 방향을 그대로 가리키고 있다. <시작을 돌아보다>는 갤러리 분도에서 2013년에 열렸던 전시 <표면의 해석>에서 공개되었던 선생의 대표작 <In The Beginning>, <굿바이 파라다이스>, <시간의 그림>을 되풀이해서 보여주지 않는다. 또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연작 <백자> 또한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면 무엇을? 전시 제목이 답이다.

우리는 여기서 선생의 초기 작업을 만날 수 있다. 특별히 고교 시절에 사진가로서의 미래는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카메라가 좋아서 손을 댄 습작이 있다. 독일 유학 시절에 선생이 받아들인 이국정취를 담은 작품도 선보인다. 또 귀국 이후 사진작가로서의 진로는 결정되었지만 뚜렷한 전망은 보이지 않던 시절의 심성이 투영된 <긴 오후의 미행>도 전시된다. 작가가 카메라에 담아 다시 쌓은 ‘구본창의 세계’(Koo’s Universe)라는 게 있다면, 그곳은 시간이 지날수록 전체적인 것에서 구체적인 것으로, 동적인 면에서 정적인 면으로 포커스가 맞추어져 왔다.

선생이 회고하는 이 초기 작품들에는 타인의 삶을 관찰하며 느낀 자의식이 이미 드러나기 시작한다. 스스로 밝혔듯이, 주관주의 사진(subjective photography)을 주창한 오토 슈타이너트(Otto Steinert)의 방법론에 깊이 빠졌던 선생의 그때 사진들이 최근작들과 형식적인 면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누가 그렇게 물어볼 사람도 없겠지만, 만약 누가 작가 구본창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줄 세워놓고, 어떤 시리즈가 가장 좋은지 묻는다면, 나는 대답 못한다. 차라리 그 차이보다 일관된 특성을 찾는다면 말을 더 그럴 듯하게 할 수 있다. 가령 내가 아닌 딴 사람이라고 다 같은 부류가 아니다. 가족이나 사제지간, 직장사람처럼 자신에게 의미 있는 타자(significant other)가 있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일반화된 타자(generalized other)가 있다. 그가 렌즈에 담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후자 쪽이 많다. 그들은 나와 상호작용이 없는 객체라는 점에서 후기작의 소재가 되는 무생물들이나 박제된 나비들과 다를 게 없는 대상이다. 작가는 여기에 주관성이라는 필터를 갖다 대었다.

작가 구본창에 관한 찬사는 이를테면 장비를 다루는 기예적 측면도 있으며, 한국 사진의 역사 속에서 차지하는 입지를 매기는 평가도 많다. 이것 말고도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사실 한 가지가 있다. ‘평범한 대한민국 표준의 엘리트로 살 수 있었던 한 남자가 예술가의 길을 선택한다.’는 선생의 이력이 그것이다. 멀쩡한 사람이 왜 그런 고생길에 걷느냐는 언술은 한 인물이 고난을 무릅쓰고 어떤 가치를 찾아가는 전형적인 주인공의 상으로 그려진다. 내가 이와 같은 상투적인 미시사를 동의한다면, <시작을 돌아보다>는 한 명의 특출한 예술가를 세운 서막을 다시 재현하는 장이다. 이미 여러 권의 책과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이 작품들은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탓에 스펙터클의 강도가 약해졌다. 그래서 좋다. 그때의 드셈이 이젠 약해지면서, 오히려 더 잘 드러나는 옛 사진의 특별한 질감을 우리는 이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시간을 품어왔다. 그렇지만 사진을 예술로, 문화 집적물로 다루는 방식은 당연히 21세기의 스타일을 따라야 된다. 선생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혁신과 실험의 앞자리에 있다. 창작과는 별도로 큐레이팅의 정석을 본인의 전시에 적용하는 선생의 연륜 앞에서, 갤러리 큐레이터들은 전시 지원자의 역할을 수월히 하면 됐다. 또한 작가와 화랑의 관계를 이은,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관찰자 구실만 하면 됐다. 평균보다 한참 모자라는 내 관찰력 때문에 정확한 사실과 치밀한 해석은 이 글에 옮겨질 수 없었다. 그 대신 비평으로 정식화할 수 없는 추론을 보탠다. 옆에서 봐 온 선생의 예술가적 태도는 사진을 매번 완성하면서,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삶의 신산함에 빛나는 매혹을 심었다. 그러한 매혹은 빛과 구도의 찬란함 혹은 정중동의 깊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더. 마치 그 피사체들이 자신의 비밀을 셔터가 눌러진 순간에 맞추어 일시적으로 표출하기로 약속이라도 한 것 같은 주관성도 그 은밀한 매혹의 하나다.

윤규홍, Art Director/예술사회학



EXHIBITION INFO
  • Artist :구본창 Koo Bohn-chang
  • Date : 2018. 9월 6일 - 2018. 10월 16일
  • Location :GalleryBu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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