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등, 2024, 목판에 유채, 37.2x28cm
명소名所_비너스의 등
Attractions_ Venus’s back
배종헌 작가는 2000년대 초 주요 대안공간 등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진지한 태도와 충실한 창작 실천을 이어온 한국 미술계의 대표적 중견작가다. 자본과 시장이 막강한 위용을 갖는 동시대 미술생태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형식적 정형화와 거리를 두어 온 배종헌은 창작의 조건으로 주어진 시공간을 수용하고 투과하는 특별한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첨예한 동시대 미술언어나 개념들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도, 그것들을 미미하고 현실적인 일상들과 분리시키지 않으며, 오히려 일상적 삶의 조건에 내재하는 다양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동시대 미술의 언어로 치환시키는 것이 배종헌의 작품세계를 이루는 중요한 특징이다. 그의 작품은 평범하고 반복적인 현실의 미미한 면모들을 다양한 상황의 의미론적 직조의 결과들로 제시함으로써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현실이야말로 동시대 미술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자 주제임을 웅변한다.
_글 고원석(‘박동준상 2024’ 심사평 중에서)
별 볼 일 없는 일상과 장소, 주변의 환경 자체를 기반으로 다양한 주제군의 개념적 프로젝트들을 수행해온 배종헌 작가는 최근 자연이 파괴된 도시환경 안에서 비존재적 자연의 잔영을 찾아, 잃어버린 시적 서정성과 미적 가치를 재인식하는 예술의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며 영감을 받은 ‘명소’ 시리즈와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도시의 흔적을 작가만의 산수화로 치환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예술의 도시 파리 여행길에서 작가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인류의 역사 속 약탈의 현장을 목도했다. 그곳에서 그리스 조각 ‘밀로의 비너스’의 이면(등)에 난 파이고 긁힌 흔적을 발견하고 상처의 형상을 산수화로 재해석함으로써 ‘문명의 야만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도시에서 발견한 흔적들을 모티브로 그린 산수화 시리즈가 전시된다. 분명 아름다운 산수화로 보이지만 ‘콘크리트 균열과 생채기, 얼룩, 그리고 껌딱지로부터’, ‘콘크리트 옹벽의 거푸집흔, 생채기, 도시 자생 식물들’ 등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콘크리트 문명에 대한 비판 의식이 담긴 작품들이다. 이러한 비판 의식이 최근의 ‘무행’ 시리즈를 통해 회복 불가능한 행성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콘크리트 문명이 바꿔놓은 현실을 수용하는 태도로 진전된 점을 볼 수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으나 펼쳐진 잡초의 아름다움이나 오래된 도시 건축의 흔적을 있는 그대로 새로운 풍경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잡초와 같은 자연이든 도시의 상처들이든 작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무행’의 자세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명소’ 시리즈는 화려한 문명의 이면에 감춰진 폭력성에 대한 증언을, 도시에서 발견한 흔적들을 모티브로 그린 산수화들은 인간이 자연에 가한 폭력성에 대한 기록이자 수용하는 태도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들이다. 말하자면, 폭력의 상처와 흔적들을 서정적이고 은유적인 산수화로 표현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미적 가치를 가진 존재가 되게 한 것이다.
배종헌 BAE JONGHEON
2013 경북대학교 미술학 박사과정 수료
2002 가천대학원 대학원 회화과(서양화전공) 졸업
2000 가천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서양화전공) 졸업
주요 개인전
2023 고립여행, 대안공간루프, 서울
2019 미장제색, 아르코미술관, 서울
2018 흔적기관, 갤러리 소소, 헤이리
2018 첩첩산중, 파라다이스ZIP, 서울
2016 네상스, 대구미술관, 대구
2015 작업집서, 이응노생가기념관, 홍성
등 17회
주요 단체전
2023 시공時空시나리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22 Sowing Worlds, SFAC Galleries 샌프란시스코, 미국
202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목포
2020 강원키즈트리엔날레, 홍천
2019 금강자연미술프레비엔날레, 공주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성산아트홀, 창원
2016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5 Korea Tomorrow, 성곡미술관, 서울
2015 A Dialogue with the Space and Time, ArtN space, 상하이, 중국
2014 Animamix Biennale, MOCA Shanghai_Museum of Contemproary Art, 상하이, 중국
2010 INDAF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 인천
2010 에르메스코리아미술상, 아틀리에 에르메스, 서울
2009 1990년대 이후의 새로운 정치미술: 악동들 지금/여기, 경기도미술관, 안산
2008 대구사진비엔날레, 대구문예회관, 대구
2008 부산비엔날레,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2006 잘긋기, 소마미술관, 서울
2006 드로잉에너지, 아르코미술관, 서울
2003 buffering_주차장프로젝트, 아트선재센터, 서울
2003 d.u.m.b.o. art under the bridge festival, DUMBO Art Center, 뉴욕, 미국
2003 물 위를 걷는 사람들_청계천프로젝트,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1 네트워킹프로젝트닷컴,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외 영국, 미국 등 20여개국
2000 꺼풀,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서울
2000 미디어_시티 서울, 서울시립미술관/지하철2호선, 서울
1998 그림보다 액자가 더 좋다, 금호미술관, 서울
저서
2015 배종헌 작업집서, 서울:모노클(네오랩 퍼블리싱)
레지던시
2023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서울
2021 글렌티딕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스코틀렌드, 영국
수상
2014 고암미술상
작품소장
아르코미술관(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 /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 경기도미술관, 안산 / 대구미술관, 대구 / 포도뮤지엄, 서귀포 / 이응노생가기념관, 홍성 / 안녕인사동(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서울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