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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진작가, 불협화음으로 기성의 판을 흔들어 깨운다”
  글쓴이 : 분도예술     날짜 : 19-08-17 14:17     조회 : 93     트랙백 주소
올해로 15번째 맞은 카코포니展

갤러리분도 신예발굴 프로모션

박규석·박운형 등 5명 작가 참여

인간관계의 소외·불안 등 다뤄



‘카코포니(Cacophony:불협화음)’ 전시는 갤러리 분도가 매년 열고 있는 신진작가 발굴 프로모션이다. 올해로 15년째를 맞는다. 지역에서 열리는 모든 대학의 졸업 작품전을 서너번씩 둘러보고 수많은 인터뷰를 거쳐 직접 작가를 선정하고 있다. 이 전시를 거쳐간 한때의 신인 가운데 적지 않은 작가들은 이제 한국 화단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다. 갤러리로서는 자부심을 가진 전시고, 신진 작가에게는 영광인 전시다. 31일까지.

판을 흔들어 깨운다는 의미로 ‘셔플 카드’라는 부제를 달고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박규석, 박운형, 윤보경, 정지윤, 현미 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회구조와 인간관계에 대한 소외와 불안이다. 현실은 힘들고 미래는 보이지 않는데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적 질서와 구조는 너무 공고하다. 그 앞에서 청춘은 흔들린다.

윤보경은 화려하게 장식된 서랍장으로 설치작업 ‘누군가의 성(性)’을 선보였다. 꽃과 색깔전등으로 알록달록 꾸며진 서랍장은 반쯤 열려져 있고, 서랍 안 스피커에선 작가가 녹취한 다섯 사람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웅얼웅얼거리는 소리는 언뜻 들으면 서로의 이야기에 묻혀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걸음을 멈추고 인내심을 갖고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보면 각각의 이야기가 들린다. 이들이 들려주는 것은 개인의 은밀한 성(性) 경험이다. 자신의 가장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무관심하게 스쳐가는 이들에게는 그저 소음일 뿐이다. 서랍을 열어야 그 속이 보이고 멈춰서서 들어야 그 사람의 비밀도 알 수 있다. 그 ‘무의미함’과 ‘내밀함’, 두가지의 선택지를 내밀며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관계’의 의미를 묻는다.

거대하고 기괴한 아파트로 선보이는 정지윤의 작품 ‘원래 그래왔다’는 젊은 세대의 최대 고민인 주거 문제를 꼬집는다. 공사판에서 주워온 각목이나 합판들로 지어진 기괴하고 이상한 모양의 아파트는 젊은 세대의 눈에 비친 현대 사회의 시스템을 대변한다. 아파트는 기성세대가 쌓아올린 공고한 진입장벽이며 이들의 삶은 사회 속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무력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미는 급격한 도시화로 사라지는 어릴 적 풍경을 기록한다. 색색의 고무타이어와 고운 모래와 미끄럼틀이 반겨주던 놀이터는 공사판의 안전철망과 비계로 채워지고 도시의 풍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사라지는 것은 놀이터뿐이 아니다. 어릴 적 기억 속의 흐릿해진 풍경을 붙잡은 그의 작품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 사라짐에 대한 불안, 변화에 대한 불편함을 이야기한다.

등굣길에 발견하는 색바랜 표지판, SNS에 스쳐가는 이미지, 집에서 키우는 식물 등으로 자신만의 ‘정원’을 채워가는 박운형은 그리는 행위를 통해 권태로운 일상과 외부 시선으로부터 ‘해방’을 얻어낸다. 그리는 행위 자체에 몰두하는 순간엔 힘든 일상에서도, 타인의 시선에서도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현실은 불안하고 미래는 막막하지만 젊은이들은 꿈을 꾼다. 박규석은 밤에 집으로 돌아가는 어두운 숲길에서 마주하는 감정을 ‘달빛중독’의 세계로 펼쳐 보인다. 어둠을 밝히는 달빛은 앞으로 더듬더듬 힘들게 나아가는 이를 비춘다. 그것은 현실을 바로 보게 해주는 길잡이이기도 하고 개인이 거스를 수 없는 사회 구조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주와 판타지를 말하는 작가에게 게임은 아직 진행 중이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다보면 아인슈타인도 되고 퀸도 될 수 있다고 그의 ‘Endless game’은 말하고 있다.

영남일보 이은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