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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사진 1세대 작가 구본창 초기작 한눈에
  글쓴이 : 분도예술     날짜 : 19-03-04 13:16     조회 : 26     트랙백 주소
갤러리분도 ‘시작을 돌아보다…’전
처음으로 1970~1990년대작만 구성
이방인적 시선으로 일상 담담히 표현


구본창 작가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여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혁명가라는 칭호로 추켜 세운다. 그러나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혁명이 인정받기까지 경계 위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외롭게 견뎌야 하고, 변화보다 안정을 택하려는 이들의 질타와 견제에 맞서 싸워야 한다. 구본창은 경계 위에서 외줄을 타 본 작가다. 기록사진 일색이던 80년대 후반의 국내 사진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사진을 예술의 경지, 나아가 현대미술의 범주로 격상시켰다.

“88년 워크힐 미술관에서 첫 한국현대사진 기획전을 열었다. 이 사진전을 통해 한국 사진 예술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들었다.”

국내에서 순수 예술사진을 개척한 1세대로 평가받는 사진작가 구본창 초대전 ‘시작을 돌아보다 1970-1990’전이 갤러리분도에서 다음달 16일까지 열리고 있다. 2018대구국제사진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열리는 전시에는 사진작가로서 명성을 얻기 전인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작품을 걸었다. 경일대 정년퇴임을 앞두고 초심을 돌아보는 의도로 기획됐다.

전시에는 유학시절 독일의 이국적인 정취를 담아낸 작품,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 작가의 어려웠던 시절을 투영한 ‘긴 오후의 미행’ 연작, 고교시절의 습작 등이 소개된다. 초기작품만으로 구성한 것은 이번이 최초여서 놓칠 수 없는 전시다.

“당시는 재현보다 스냅사진을 주로 찍었다. 스냅사진이지만 전체보다는 부분에 집중한 점이 당시 국내 사진들과 달랐다. 클로즈업을 통해 부분을 강하게 드러내는 추상성이 상상력을 자극했다.”

이 시기 작가는 이방인이었다. 독일에서는 아시아에서 온 이방인이었고, 귀국 후에는 유학 전과 달라진 사회분위기에 낯설어하는 어정쩡한 위치였다. 사진 속에는 이방인 특유의 외로움이 곳곳에 묻어있다. 이방인적인 태도는 타인의 시선으로 누군가의 일상을 담담하게 포착하는, 당시로서는 독특한 시선을 견지하는 토대가 됐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이 화려하게 변했다. 하지만 번화가를 조금만 벗어나도 도시의 어두움, 현대인의 고독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유럽에 있을 때의 사진도 이방인의 시선일 수밖에 없었고, 그 낯섦을 파편적으로 담아냈다.”

전시 개막식에서 만난 작가는 평온했다. 평생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산 사람처럼 맑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일상을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포착한 사진들에서 그의 강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가 단호한 어조로 현대 사진작가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오늘날의 사진작가는 주관을 가지고 본인의 이야기를 일관되게 펼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몇 장의 사진으로 시선을 끄는 것은 아마추어다.”

구본창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러나 불현듯 예술에 대한 열망이 차올라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독일에서 우연히 접한 카메라가 계기가 되어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90년대부터 인간에 초점을 맞춘 ‘태초에’와 ‘숨’, 작가의 감수성과 상상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굿바이 파라다이스’ 등을 발표하며 유한한 생명체에 대한 깊은 사색을 드러냈다. 한국미의 백미인 백자를 새롭게 재해석해 재현한 백자 연작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의도가 개입되는 재현, 인화지 대신 한지의 사용, 사진을 찍은 인화지를 암실에서 재봉해 대형 인화지에 옮기는 방식, 한국의 미학에 대한 남다른 애정 등 그가 일찍이 사진에서 새롭게 개척한 요소는 적지 않다. 그러나 소재와 표현법의 다양한 구사에도 불구하고 낡고 오래된 것 등 시간이나 경험이 중첩된 대상에 대한 애정은 변함없이 견지해왔다. 무엇보다 대상의 본질을 꿰뚫고자 하는 태도는 구본창 사진의 핵심이다. “가려진 것에 대한 관심사가 내 사진의 일관된 흐름이다.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포착하는 것이다.”

대구신문 황인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