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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는 개념미술, 철학적 질문은 덤
  글쓴이 : 분도예술     날짜 : 18-07-12 14:08     조회 : 143     트랙백 주소
갤러리분도, 리처드 요쿰 ‘백 앤 포스’展
돌 사탕, 반창고 붙은 오브제…
평범한 소재 익살스럽게 변형
“형태보다 숨은 스토리가 중요”


리처드 요쿰 작 'Rock Candy'

다분히 현학적일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철학자와 작가를 병행하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완성도 높은 철학적 주제를 진지한 방식으로 풀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다. 그러나 전시작들은 고정관념을 깼다. 갤러리 분도에서 전시를 시작한 리처드 요쿰(Richard Jochum)의 작품들은 ‘피식’하고 웃음이 날 만큼 익살과 재치로 넘쳤다. 표현방식 또한 초등학생 정도의 연령대도 어렵지 않게 몰입될 정도로 만만했다. 반전이었다. 그가 미국 콜럼비아 대학 철학과 교수라는 선입견에 비춰 봐도 그렇고, 전위적인 개념미술 추구한다는 면에서도 의외였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그가 “작품에 접근하는 주된 방식은 호기심과 유머”라고 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현대미술가 리처드 요쿰이 갤러리분도에서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내는 ‘백 앤 포스(Back and Forth)’전을 열고 있다. 전시에는 설치작업과 사진, 아카이브 및 미디어 작업 등 동시대 미술의 범위가 허용하는 각 장르의 전위적인 작품들로 채워졌다. 요쿰의 작품들은 전위적인 개념미술은 어렵다는 고정관념, 철학자의 시각적인 표현법은 진지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볍게 비튼다. 그는 일상에서 만나지는 만만한 소재를 익살스러운 표현방식으로 툭툭 던지며, 철학적 사고의 문을 열도록 유도한다.

짐짓 심각한 얼굴로 무겁게 손짓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는 그의 스타일은 이번 전시작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작은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인 오브제와 인물사진 연작인 전시작품 ‘밴드 에이드(Bandaid)’는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직후 그가 입은 여러 상처를 덮은 일종의 치유 방식이다. 작품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Ashes to Ashes, Stones to Stones)’에서는 여성이 물속으로 돌을 계속 집어던지는 퍼포먼스를 카메라에 담았다. 신화 속 캐릭터 시지프스의 운명처럼 결과를 알 수 없어 허튼 행위를 반복하는 개념예술가의 정체성을 은유했다.

“일반적으로 만나는 물체나 행위를 툭툭 던지죠. 익숙한 것을 생소하게 바라볼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죠.”

그는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철학자다. 가벼우면서도 친근한 표현법으로 녹여낸다고 하지만 철학적인 지평 위에서 작품을 구현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작품명 ‘크로스워드 프로젝트(Crossword Porject)’는 그의 철학적 취향을 이해하는 백미다. 작품은 낱말 맞추기 형식을 띤다. 가로 세로의 낱말 퍼즐에 그가 문장들을 제시하면 그 문장을 실마리로 남은 빈칸을 메워가는 방식을 취한다.


리처드 요쿰 작 'Atlas'

퍼즐 속 문장들 중 일부는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너는 부끄럽지도 않니?’ 등의 뜬금없는 질문들과 ‘왜 권력의 남용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는 걸까?’, ‘당신의 취향이 당신의 가치관 형성에 어떻게 작용하나요?’ 등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혼재해 있다. 그러나 둘 모두 음미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깊이감 있는 철학적 담론으로 빠져들 수 있다.

“물체나 언어, 행위를 이용해 다양한 감정으로 인생을 이야기하죠. 형태적인 비주얼 보다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나 프로세스가 제게는 중요하죠.” 작품 속에 문학적인 주제, 존재의 죽음이나 그 너머의 근원에 대한 질문이 내재돼 있다는 것. 결국 그는 자신의 철학적 담론을 효율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시각적인 시그널을 구사하는 철학자라는 이야기다.

그의 미술에서 눈에 띠는 키워드를 하나 더 언급하자면 ‘관계’다. 그는 작품과 작품, 인간과 생각, 인간과 공간 등 거의 모든 것을 연결하는데 관심을 둔다. 작품 ‘서베이(Survey)’가 대표적이다. 작품에서 작가는 정치적인 질문을 던지고 관람자들이 질문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엽서로 보내오도록 유도한다. 그들이 보내온 답문은 또 다른 전시의 소스가 된다. 관계간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철학적 담론을 풀어가는 요쿰의 전시는 21일까지. 053-426-5615

대구신문
황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