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Bundo
 
   
  조각조각 뜯어 붙인 책 ‘삶의 본질을 묻는다’
  글쓴이 : 분도예술     날짜 : 18-07-09 16:33     조회 : 119     트랙백 주소
갤러리분도 이지현 ‘동상이몽’



타이틀이 재미있다. ‘동상이몽(同床異夢)’. 하나의 오브제로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으니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갤러리 분도에서 ‘동상이몽’이라는 주제로 이지현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작가는 갤러리 분도 박동준 대표가 만든 옷으로 작업했다. 박 대표가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할 당시 제작한 옷이다. 평상복이 아닌 패션쇼를 위해 만든 ‘비싼’ 옷이다. 작가는 박동준 대표의 옷을 해체했다. 입을 수 없는 오브제로 탈바꿈시켰다. 입도록 만든 박동준 대표의 의도와는 정반대다. 그래서 ‘동상이몽’이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해체한 옷을 좀 떨어져서 바라보면 멀쩡하게 보인다는 데 있다. 작가는 사물, 나아가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풍경화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풍경이 아닌 ‘시대의 풍경’이다. 작가의 작업에는 시대의 모습과 부산물이 담겨 있다. 박동준 대표의 옷 역시 한 시대를 풍미한 풍경이 담겨 있다.

사실 작가의 대표작은 옷이 아닌 책이다. 책을 해체해왔다. 단순히 해체가 아니라 조각조각 뜯어서 다시 붙인다. 시간을 품고 있는 오래된 책으로 작업해 책장에 꽂아두었다. 갤러리 분도 2층에 는 오래됐지만, 변색되지 않은 책으로 가득찬 책장이 있다. 도서관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 시대의 풍경화’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작가는 “실제 도서관에 있는 책으로 작업해 그대로 도서관에 진열해놓고 싶다”고 밝혔다. ‘펼쳐놓은 책’ 작업도 있다. 조각조각 뜯어내고 다시 붙여놓았는데 텍스트는 읽기 힘들어도 그림은 알 수 있도록 했다.

중앙대 예술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처음 신문지를 뜯어서 캔버스에 붙였다. 작가는 “신문지를 붙인 캔버스를 보면 동양화의 먹같은 느낌을 준다. 신문지와 종이를 놀이삼아 뜯다가 책을 해체하게 됐다”며 “도덕책, 국사책, 교련책을 뜯어놓고 보니 ‘이게 뭘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작업을 계속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가는 책이나 옷을 해체하면서 정체성과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정체성과 본질에 대한 탐구는 곧 자유를 향한 몸짓이다. 오브제의 해체를 통한 내적 자유가 작업에 절절히 담겨 있다. 6월9일까지. (053)426-5615


영남일보
조진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