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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한의 붓터치에 담긴 강렬한 에너지…김호득展 26일부터 갤러리분도
  글쓴이 : 분도예술     날짜 : 18-07-09 16:23     조회 : 193     트랙백 주소
동양 정신·자연 소재 유지하되
아크릴 평면 등 작품 변화 시도


김호득 작 '계곡'


김호득 작가

충만했다. 작품도 작가도 기운이 넘실댔다. 일필휘지로 내려 찍은 선의 용트림이 빨려들듯 강렬했다. 분도갤러리 전시를 앞둔 김호득 작가가 씽긋 웃었다. “대학에 있을 때와 달리 퇴직하고는 작업에만 집중했다. 작업에 일관된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제는 생활화가가 다 됐다.”

한국화가 김호득이 갤러리분도 초대전에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1층에 심화된 먹 추상을, 그리고 2층에는 먹과 수조를 모티브로 한 설치작품, 3층에는 추상과 실경산수의 경계를 오가는 아크릴 평면을 걸었다. 다채로움으로 보면 그의 생애 단연 톱이다. 먹 추상, 아크릴 평면, 설치 등 작품 결의 변화도 눈요기거리지만, 심화된 아크릴 평면을 첫 선보이는 것은 흥미를 끈다.

“긴 세월 작업하다보면 관성으로 흐를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그것은 무서운 것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고인물이 된다. 나는 호기심이 많고 언제든 배울 자세가 되어 있다. 변화는 내게 즐거움이자 배움이다.”

김호득은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화가다. 동양화의 전통 재료와 자연의 일부를 그림에 옮기는 정신적 면모를 계승하며 동시대 미술의 혁명적인 파격을 독창적으로 이뤘다. 특히 관념산수화의 전통을 계승, 현대적인 추상화로 확장해온 1세대다. 산과 계곡, 폭포의 기운을 잡아내고 일필휘지의 추상성으로 드러냈다.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압축적으로 기운을 드러낼 수 있는 작업을 추구해왔다. 몇 번의 붓 터치로 살아있는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이번 전시 제목은 ‘산 산 물 물’. 자연을 소재로 작업해온 흐름의 연장이다. 그러나 재료와 형상에서 변화가 확연하다. 우선 먹 추상이 획수가 줄었다. 최소한의 획만 쓰고 기운은 강렬하게 잡아냈다. 그가 이번 변화를 맥을 짚는 것만으로도 병증을 알아내는 한방의 정확성에 빗댔다.

“퇴직 후에 작업실을 자연 속에 마련하고 자연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관찰하게 됐다. 계절의 변화가 보였고, 바람의 흐름이 보였다. 자연의 맥이 더 잘 보였다. 여백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비어있다고 생각했던 여백에 이야기가 넘실댔다.”

완결성 높은 아크릴 평면은 첫 대면이다. 소극적으로 써 왔던 아크릴을 강한 물성으로 화면 가득 채웠다. 작업방식도 달라졌다. 붓을 손으로 대체한 것. 몸의 감각으로 산의 표정까지 살려냈다. 형상은 확연한 변화가 감지된다. 하나의 산과 계곡을 압축적인 에너지로 결집했던 먹 추상과 달리 에너지 분포도를 넓혀서 평면화했다. 올망졸망 이어진 산의 지형을 핏줄의 흐름처럼 연결했다. 먹추상이 거시적이라면 아크릴 추상은 보다 미시적이다.

“먹과 아크릴의 물성이 다르니 기법과 방식도 달라졌다. 산이 보다 세밀해졌다.”

전시장에 걸어놓고 보니 일관성이 읽혔다. 심화된 추상이나 아크릴 평면이라는 각각의 물성과 표현기법 속에 공통된 기류가 흘렀다. 에너지를 집약화하는 일필휘지와 공간과 시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관념성이 포착됐다.

“동양과 서양의 공간과 시간개념은 서로 다르다. 나는 동양의 시각에 입각해 시공간을 해석한다. 물성과 표현법이 달라져도 동양의 정신은 그대로 가져간다.”

한국화지만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지점을 아슬하게 걷는다. 형상과 물성에서 전통이 가볍게 흔들린다. 동양과 서양, 존재와 비존재, 빛과 어둠, 시간과 공간을 수렴하는 비결은 있다.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회화과를,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그의 내면에 동서양이 거침없이 조우할 여건이 이 시기 농익었다.

“지금이야 한국화를 기본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들이 특별하지 않지만 그때만 해도 거의 없었어요. 서양화와 한국화를 두루 그렸던 배경이 김호득표 추상가 가능했겠죠? 계속변화 하겠지만 김호득만의 예술세계는 지켜가고 싶어요.” 26일부터 4월 21일까지. 053-426-5615

대구신문
황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