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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이 피어나는 몽환의 세계
  글쓴이 : 분도예술     날짜 : 18-07-09 16:21     조회 : 105     트랙백 주소
일상 품은 마술 정원의 파편들
케어스틴 세츠·베티나 바이스,
내달 10일까지 갤러리 분도서 2인전


케어스틴 세츠 작

전시장이 심상찮았다. 상상과 호기심의 기운이 넘실댔다. 독일 베를린의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화가 케어스틴 세츠(Kerstin Serz)와 베티나 바이스(Bettina Weiß)의 작품들이다. 전시 제목 또한 ‘마술 정원의 파편들’. 신화와 만화경이라는 마술같은 소재로 세상을 탐구하면서도 상상적인 호기심을 유지하는 독특한 작가들이다. 이들이 최근 갤러리 분도에서 2인전을 시작했다.


◇ 케어스틴 세츠, 신화를 매개로 과거와 현재 연결

케어스틴 세츠의 평면에는 인간이 중심에, 동·식물이 주변부에 배치되어 있다. 여성의 경우 세수 중이거나, 꽃으로 장식하거나 토끼와 함께 있는 등 일종의 상황극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남성도 꽃과 동물을 주변으로 중심에 배치하고 있는데, 검정 계열의 색과 대비되며 묘한 흥미를 유발한다. 상황적인 요소가 맞물린 인물들에서는 상상력이 몽글거린다. 세츠가 “신화적인 요소로부터 출발했다”며 작품 속 콘텐츠적 요소의 단초를 언급했다.

“신화는 실재 존재하지 않는다. 말이나 글, 그리고 매체로 전해지는 상상이다. 나는 화가니까 그림이라는 매체로 신화를 이야기한다.”

신화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서 탄생했다. 자연을 인간으로부터 분리하면서 ‘의식’이 형성됐고, 그 결과 자연을 타자로 인식하게 됐다. 그러면서 미지의 타자인 자연을 의식의 지평 속에서 이해하기 위한 ‘상상’이 시작됐다. 신화의 탄생이다. 신화야말로 자연을 향한 인류 최초의 상상인 셈이다.

신화의 재료에는 자연 외에도 인간도 포함됐다. 인간의 부정의하고 비합리적인 현실을 빗대며 궁극의 내면의 길을 상정했다. 그렇게 보면 신화는 인간 세상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했던 것이다.

세츠 역시 평면 속 자신이 구현한 신화에서 인간 세상을 비추는 거울로 상정한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에 두 가지 관점을 더한다. 인간의 영속성과 상상력이다.

그녀는 신화의 과거 시점을 현재 시점으로 끌고 온다. 자신의 일상생활 속 사적인 상황을 신화 속 한 컷으로 포착하고 현대적 감각으로 시각화한다. 비눗물을 흠뻑 적신 손으로 얼굴을 닦는 현대 여성이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신화 속 여신을 대신하는 방식이다. 과거와 현재의 조우, 영속이다.

“신화적인 요소가 느껴지는 나와 주변 인물의 일상을 사진으로 찍고, 그것을 작업으로 옮긴다. 작업 중에 나의 감정이 층층이 쌓이면서 부가적 표현이 개입된다.”

세츠는 이면적 측면에서 신화의 속성을 따른다. 신화가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과 동일한 방향성을 가진다. 이상한 동물이나 상황 등을 통해 비밀스럽고 숨기고 싶은 이면을 드러내는 방식이 그 예에 해당된다.

이는 관념에 의해 덧씌워진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자 하는 의도로부터 왔다. 이때 은유적 표현이 가지는 상상적 요소는 강해진다. 평면 곳곳에 상상적 요소를 배치하는 것이다.

“인간의 기억에는 수많은 추억들이 내재되어 있다. 그 내재된 기억이 현재의 상황과 만나면서 튀어 나온다. 내재된 기억이 바깥으로 나오면 언제 기억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런 것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부추긴다.”

그녀가 음과 양을 언급했다. 모든 존재나 상황에 음과 양이라는 이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중국학을 전공하면서 동양의 정신을 만나고, 중국인 남자 친구를 사귀고 아이를 낳으면서 동양이 그녀의 일부가 되면서 동양성은 그녀의 정신의 또 하나의 지지대가 됐다. 그 정신이 서양의 신화를 재해석한 작품에도 오롯이 흐르고 있다.

“ 양이 시각적으로 보고 바로 느낀다면, 동양은 속에 것을 보고 생각하고 난 후에 겉을 이해한다. 내 그림은 이 둘의 합일점이다. 강렬한 시각성 속에 무한한 상상력과 신비감을 감춘 것도 그 맥락으로부터 왔을 것이다.”



◇ 베티나 바이스의 만화경 속 세상

베티나 바이스는 만화경 속 세상을 그린다. 만화경 속 세상을 통해 우주와 미지의 수많은 세상을 상상한다.

그녀가 거울로 된 통에 형형색색의 유리구슬이나 종이조각 등을 넣어 아름다운 무늬를 볼 수 있도록 만든 장치인 만화경을 통해 본 세상은 ‘패턴’이다. 일정한 패턴이 조화와 충돌과 반복과 중첩으로 드러난다. 하나의 확정된 패턴을 중심에 두고 주제와 변주의 형식으로 모습을 조금씩 바꾸며 확장을 거듭한다.

“만화경 작업은 대학 재학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미경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게 됐는데 렌즈의 빛에 의한 칼라의 변화나 상의 굴곡들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치 놀이와도 같았다.”

만화경은 렌즈와 또 다른 차원이다. 그녀가 만화경을 통해 보는 것은 여행 중 만나는 장소나 풍경이다. 한쪽 끝을 통해 만화경을 들여다보면, 반대쪽에서 들어온 빛이 각종 무늬를 나타낼 조각들을 거치고 거울에 의해 계속 반사되면서 풍경이 아름다운 무늬로 드러난다. 렌즈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채롭다.

“장소나 풍경 등의 공간이나 느껴지는 정서를 만화경을 통과한 패턴의 형식으로 드러난다. 빛에 의해 칼라의 변화가 디테일하게 보이는데 이 칼라들이 마법처럼 신비롭게 다가온다.”

패턴에는 일정한 운율이 느껴진다. 시각적인 동시에 청각적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작업 과정에 음악을 들을 때가 많다고 한다. 음악의 템포에 의해 느껴지는 감정이 패턴의 형식에 관여한다는 것.

“특히 음악을 하면서 작업할 때는 즐거움이 더 크다. 그때그때의 감정에 따라 음악을 듣기도 하고 안듣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내 패턴들은 시각적인 포착이면서 내가 느낀 감정의 결정체일지도 모른다.”

작업은 정사각형으로 된 나무판 위에서 진행된다. 나무판 위에 색과 패턴이 정착되기까지 무수히 반복적으로 칠이 가해진다. 상하좌우의 구분도 없고, 색과 형상도 반전의 연속이다. 마치 마법의 정원을 헤매는 것처럼. 2월 10일까지.053-426-5615

대구신문
황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