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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미 ‘그리다-그림’展 4월22일까지 갤러리분도
  글쓴이 : 분도예술     날짜 : 17-03-21 13:34     조회 : 520     트랙백 주소
덜어내고, 비우고…절제 통해 자유를 찾다

놀이와 그리기의 경계 허문 작가

밝은기운 속 묘한 슬픔도 느껴져

꽃과 화분·짐승…다수작 선보여



“좀 얌전한 놈들이다. 시끄럽게 덜 떠들었다. 생략이 많이 됐다.” 갤러리분도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이명미 작가(66)의 말이다. ‘장난스러운’ 작품 설명이다. 장난스러운 이미지와 달리 작가의 이름에는 무게감이 있다. 대구 출신의 작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류화가다. 홍익대 미술대학과 동대학 교육대학원을 나왔다.
1년 만의 개인전이다. 지난해 초 대구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가진 작가는 신작들을 대거 선보였다. 전시 제목은 ‘그리다-그림’이다. 갤러리분도의 윤규홍 아트디렉터는 “이명미 작가의 이번 전시 작품은 뭔가를 덜어내고 비우고 날렵해졌다”고 평가했다.
작가는 씩 웃으며 말한다. “작품을 만드는 데는 다양한 레시피가 동원된다. 이번 작품에는 양념을 덜했다.” 레시피가 왜 달라졌을까. 작가는 “초지일관 떠오르는 대로 그렸다. 내 스스로를 자유롭게 방목시켰다”고 밝혔다.

작가의 말처럼 그림은 ‘독보적으로’ 자유스럽다. 작품을 이루는 색도 마찬가지다. ‘원색’을 가지고 논다. 이번 전시에선 회색을 사용한 작품도 있다. 형태와 색의 변화에 대해선 따로 설명할 길이 없다. 스스로도 “망아지에게 뭐라고 하기엔 그렇다”며 웃었다. 스스로를 자유로운 망아지에 비유했다.
물론 평론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윤규홍 아트디렉터는 “이명미 작가는 끊임없이 작업의 생애사적 결산을 향한 시도를 하고 있다. 작가가 표제로 선택한 ‘그리다-그림’은 더이상 그리기가 무의미해지는 지점을 향하는 역설을 기꺼이 감수한다”고 말했다. 또 작품을 둘러싼 언급이 적을수록 환한 웃음을 불러오는 아이러니가 ‘이명미 미학’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작가에게 그림은 숙명이다. 고3 시절 교실에서 우연히 미술실을 바라보다 ‘미치도록’ 그림이 그리고 싶어 홍익대 미대에 진학했다. 작가는 “언니와 다른 길을 걸으려고 했는데 결국 안됐다”고 말했다. 작가의 한 살 터울 언니는 작고한 이향미 서양화가다. 이향미 작가도 홍익대 미대를 나왔다.
작가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추상 공부에 몰두했다. 당시로선 흔치 않은 일이다. 작가는 “정물을 세잔식이 아니라 무중력 상태로 그렸다. 사실에 가까운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한때 설치에 빠진 적도 있었다. 20대 중반 시절 달궈진 쇠와 스펀지를 이용해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 작가는 “관념에 빠져있었다. 어느날 실체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워졌다. 다시 그림이 무척 그리고 싶었다. 물감으로 놀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놀자’는 작가에게 작업의 즐거움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화가로서 명성을 높이는 데도 역할을 했다. 실제 작가는 1979년 일본 도쿄에서 ‘놀이’전을 가지기도 했다.
이명미 작가와의 만남은 즐겁다. 밝은 기운이 전달된다. 작가는 “집에선 우울하고 밖에선 밝다”며 ‘애매하게’ 말했다. 애매한 설명은 작품에도 투영된다. 작가의 작품은 긍정적이고 밝은 기운으로 가득차 있지만, 동시에 묘한 슬픔도 배여 있다.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작가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작품에는 그런 게 있는 게 좋다”고 했다. 작품에 묻어 있는 페이소스가 자연스럽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갤러리분도는 이명미 개인전을 위해 2개 층을 사용한다. 꽃과 네 발 달린 짐승이 1, 2층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2층 별실에는 3점의 인물상이 특별부록처럼 전시되고 있다. 4월22일까지

영남일보 조진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