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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튼에 가려진 창밖 스며드는 빛의 찰나…이주형 교수 사진전
  글쓴이 : 분도예술     날짜 : 16-09-23 12:02     조회 : 2289     트랙백 주소

이주형 작 ‘If, le-03’

'Light Flow’란 제목으로 10월 1일(토)까지 갤러리 분도에서 열려


이주형 사진작가는 매우 절제된 풍광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가 찍은 대부분의 작품은 피사체는 다르지만 하나의 원칙 아래 통일된 형식을 보여준다.

그것은 일종의 시각적인 ‘격자’(grid) 구실을 하는 물체, 즉 블라인드나 창틀, 커튼 같은 것들이 있어 가능했다. 이 작가는 특정한 장소에서 창밖에 펼쳐진 풍경을 찍는데, 그 창에 이런 물건들이 가로놓임으로써 바깥 경관을 격자나 가림막으로 정리한다.

작품 속에서 가림막은 실내와 창밖 풍경과의 만남을 방해하는 요소로 비춰진다. 하지만 가릴수록 가림막 사이로 보이는 대상에 더 집중하게 되고 창밖 풍경은 관람객들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된다.

가림막이 실내와 창밖 풍경을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양자를 매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의도된 가림막은 새로운 시각적 질감을 제공하는 동시에 평면에 깊이감을 준다.

이처럼 그의 사진 작업을 구성하는 가림막 장치는 작품 안팎에 시각적인 질서를 부여한다. 근현대건축물이라는 인공적 환경과 산수풍경이라는 자연환경이 만나며 빛과 색을 발하는 순간은 ‘찰나의 기록’이라는 상투적인 사진예술의 표현과 함께 그것을 한 단계 넘어서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금 다른 작품이 공개된다. 빛의 환경을 디지털 작업으로 확대·증폭시켜 관람객의 시선을 끌어낸다.

전체 형식은 이전과 같은 식이지만 카메라가 응시하는 목적지가 창 너머에 펼쳐진 대상이 아니라 그 경관을 거의 막고 있는 블라인드다. 멀찌감치 굽이치는 산세는 최소한의 실루엣으로 존재하거나 이마저도 볼 수 없는 작품도 있다. 남은 것은 빛이다. 가리개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그 자체가 하나의 강렬한 이미지가 된다.

윤규홍 아트 디렉트는 “그의 작품을 두고 ‘그림인지 사진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애잔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감상평은 작품에 별다른 알레고리나 상징 장치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계명대 사진디자인과 교수인 이 작가는 대구국제사진비엔날레의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는 등 시각예술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을 해오고 있다. ‘Light Flow’란 제목으로 10월 1일(토)까지 갤러리 분도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 이 작가는 빛이 감각의 차원에서 관객에게 침투하는 이미지를 표현한 20여 점을 선보인다. 053)426-5615.


<매일신문>최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