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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보도자료- 변종곤전
  글쓴이 : 분도예술     날짜 : 08-06-19 15:29     조회 : 6549     트랙백 주소

-원문 내용-

화가 변종곤은 이런 경험을 토로한다.

“언젠가 친구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 적이 있었는데 집 안이 너무 더러워서 잠이 오지 않았다. 꿈속에서도 온통 먼지가 방 안을 굴러다니는 모습만 보였다. 그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밤새도록 물걸레로 온 집안을 청소하고 다녔다. 내 친구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 친구가 바로 나다. - 『올드보이 한대수』中에서


극도로 궁핍한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커피를 마시다가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그 소식을 듣고 친구인 가수 한대수가 꿀 한 병을 들고 찾아와서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꿀을 하루에 한 숟가락씩 먹으면 죽지는 않을 테니 한 달 동안 이 꿀을 먹으면서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지 일을 할 것인지 결정해라" - 변종곤, 월간조선과의 인터뷰 中에서




1970년대 한국 하이퍼 리얼리즘(hyperrealism 극사실주의)의 기수. 2000년 4월 대백프라자갤러리, 2003년 5월 갤러리M에서의 개인전을 통해 오브제 위에 극사실주의적인 그림을 그려 넣는 등 아상블라주(assemblage 폐품이나 일용품을 비롯하여 여러 물체를 한데 모아 미술작품을 제작하는 기법 및 그 작품)장르를 선보인 지역출신의 재미화가. 가수 한대수와의 일화와 임영균과의 사진작업이 인상 깊었던 뉴요커. 그렇게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화가 변종곤을 갤러리 분도에서 우연찮게 만났었다. 단발머리에 가죽재킷과 부츠. 그런 복장도 단정해보일 수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단정함이 몸에 베어있달까, 매우 깐깐한 인상을 받았다. 2월 26일 갤러리 분도에서 개인전이 있다고 했다.



난 어렸을 때부터 나라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뭘 버리는 걸 못 봤어. 다리미도 대를 물려 썼고, 심지어는 연탄재까지도 깨어서 활용하던 시대에 살았고…. 나는 그것 자체가 재밌었다. 폐품 활용을 하는 것, 내 작업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발빠른 AN의 편집부는 다음날 그가 뉴욕으로 돌아가기 전에 인터뷰를 하고 사진촬영을 해두었다. 하지만 1월 마감이 끝나고 편집부의 교체, 변종곤이라는 공이 내게로 넘어올 줄 이야! 내게 남은 것은 인터뷰를 녹음해놓은 파일과 사진 몇 장 그리고, 강렬한 첫인상뿐…….
매우 짧았던 인터뷰내용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화가 변종곤의 작품소재가 되는 물건이야기와 화가로서의 변종곤의 자세였다.
뭔가 하나를 버렸을 때 그것의 시간성, 역사성도 함께 버려진다. 인간이 이용하다가 버렸을 때 버려졌을 때의 배반감 같은 것이 있어. 길에 버려지는 것들 말이야. 그것들을 내가 주을 때 그 물건들의 고맙다는 답례는 대단해. 그것들이 작품에 사용될 때까지 10년씩 기다려 줘.
철사를 줍던, 돌멩이를 줍던 버려진 것에 대한 애정 같은 게 있었어. 나도 버려졌으니까. 우린 다 버려졌었어. 표현의 자유에서 버려졌었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의 노에어, 진공상태에서 살았고 공기 없는 진공상태에서 살았기 때문에 스타일이 만들어졌어. 그런 절실함이 스타일을 만들어 낸 거지. 편안하면 스타일 못 만들어 내. 그런 시대적 환경이 스타일 못 만들어 내는 건데 따뜻하면 반바지만 입고 스타일이 없어.

쟁이’가 없는 것이 서글퍼. 기술, 기능 쪽으로만 개발할 뿐 정신이 쏙 빠진 것 같다. 부처, 예수 상이 집에 한 가득한데 나를 일으키기 위한 방법으로 그들과 대화하지.

뉴욕가서 돈 없이 생활하는데 학교 등록을 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 되니까 있는 돈 다 긁어 등록하고 돈이 없어 수십블럭을 걸어다녔다. 그러다가 쓰러졌는데 ‘얼마나 좋은 작가를 만드시려고? 하는 문장이 떠올라. 요즘은 어려울수록 회피하려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봐. 작가는 불평해서는 안 된다. 불편한 것 때문에 더 할 수 있다. 살아있다는 짐승같은 본능!

작품 안에 이건 ‘변종곤 스타일’이라는 것이 있어. 누구나 마찬가진데, 자기가 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되기 전에 시간을 가진 뒤에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 작가가 되어야 돼. 자기 색깔을 못 찾으면 작가가 되면 안돼. 연령대가 언제든 간에 자기 나름대로의 색깔을 찾을 때가 있어.
자료만 가지고 인터뷰기사를 쓰자니, 쓰면 쓸수록 정리가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어떻게든 2월호에 그를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 변종곤과 관련된 자료를 접하면 접할수록 2월 26일 “화가가 화를 내야지”라고 말하는 그를 갤러리 분도에서 다시 만나길 기대하게 된다.

글 김대성 사진 임성근,임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