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Bundo
 
   
  작품과 작가의 ‘겹-사이’…정형화된 틀을 깨다
  글쓴이 : 분도예술     날짜 : 14-04-15 16:56     조회 : 6353     트랙백 주소
갤러리분도 ‘한국화가 김호득展’
설치·평면 등 다양한 장르 감상
수묵화의 확장 ‘새로움 시도’


갤러리분도 3층 전시장에 설치된 김호득 작가의 작품 ‘겹- 사이’.


김호득 작가가 새롭게 시도한 작품.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단색화이다.

끊임없이 실험적 시도를 보여주고 있는 한국화가 김호득의 최근작과 대표작을 두루 만날 수 있는 전시가 5월10일까지 갤러리분도에서 펼쳐진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그가 지난 몇 차례의 전시를 통해 보여줘왔던 ‘겹- 사이’이다. 겹- 사이는 작품 설치를 하는데 있어서 겹과 사이를 중시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각 장르의 사이, 인위적인 요소와 자연적인 환경의 사이, 희고 검은 색을 사용해 만든 밝음과 어두움의 사이, 작품과 작가의 사이 등과 같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갤러리분도의 3개 전시장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설치, 평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수묵화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깊이있는 탐구를 해온 작가는 다양한 표현기법과 매체를 통해 수묵화의 확장을 시도해왔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는 흔히 ‘자유로운 실험정신’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런 실험적 시도에 대해 작가는 “나를 다스리고, 내 에너지는 끌어내는 과정”이라며 “이것을 효율적으로 끌어내는 최적의 방법으로 표현매체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가 작업하는데 있어 가장 큰 매력은 “작업과정에서 오는 희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광목에 처음 먹작업을 했을 때 그 기쁨은 지금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하지만 이를 계속하면 첫 희열감은 떨어지고 한계에 도달한다. 작업에 싫증이 나고 하기 싫어진다. 작가는 결국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하고 거기서 또 다른 기쁨을 맛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이 같은 설명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층 전시장은 그의 대표작들로 구성됐다. 작가의 명성을 전국적으로 알린 힘이 넘치는 문자, 폭포 시리즈 같은 주요작들이 소개된다.

2층에서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장지에 작업해왔던 작가가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작업한 것들이 전시된다.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을 두껍게 칠한 이들 작품은 색과 빛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기회를 준다. 까만색 아크릴물감이 칠해진 캔버스 위에 거의 같은 색깔의 까만색 물감으로 붓의 획 같은 형태를 그려넣은 작품은 무채색이 가지는 신비로운 색감을 느끼게 한다.

3층 전시장에서는 설치작품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한지를 여러 겹으로 포개어 놓은 대형 설치조형물과 먹색으로 칠한 종이를 두 벽에 촘촘히 설치한 드로잉 작업, 흑과 백으로 구분된 한지의 문틀로 제작된 설치작품 등이 소개된다.

윤규홍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는 “붓은 힘이다. 정신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힘은 종이와 수묵이라는 물질을 뚫고 나가 공간의 설치로 확장된다. 그는 전통의 파괴를 통해 한국화의 정형성을 깨뜨렸다”며 “김호득에게 미술은 작가 개인이나 제도가 공유하는 정형화된 형태를 잘라내어 버림으로써 매 순간 예외적인 것들을 조금씩 추가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작가 역시 이번 전시에 대해 “단색화는 많은 작가들이 시도했지만 내 작품은 단순한 단색화로만 볼 수는 없다. 단색화는 평면작업이지만 내 작품은 단색으로 공간을 구성한다는데 있다. 전시장의 벽면도 내 작품의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전시장에 있는 작품들이 각각 하나의 작품으로도 존재하지만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남일보> 김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