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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거나 때론 해가 되거나…獨 작가 케어스틴 세츠展
  글쓴이 : 분도예술     날짜 : 13-12-26 12:21     조회 : 5709     트랙백 주소
잃어버리고 사는 것들의 소중함
꽃·나방·왜가리 등 동식물
사물의 양면성 화폭에 담아


케어스틴 세츠 작

장미는 아름답다. 예쁜 모양이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달콤한 향기가 코를 행복하게 한다. 하지만 이를 자칫 잘못 잡으면 가시에 찔려 쓰린 아픔을 겪게 된다. 아름다운 꽃도 그 속에는 나름의 위험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 대부분의 사물이나 일이 이와 같지 않을까.

독일작가 케어스틴 세츠는 이처럼 사물이 가진 양면성에 주목해 온 작가다. 꽃, 나방, 왜가리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식물을 통해 사물이 가진 이 같은 특성을 화폭에 담아낸다. 이들 사물의 경우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주든, 나쁜 영향을 주든 같이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멀리할 수도 없고, 미워할 수는 더더욱 없는 존재다. 이들과 함께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삶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동식물과 함께 늘 사람이 존재한다. 이들 사람도 그의 주변에서 흔히 보는 사람들이다. 가족, 친구, 이웃 등이 단골로 등장한다.

작가의 그림은 화려한 색상을 사용해 환상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주면서도 그림의 내용을 유심히 관찰하면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그는 동식물을 확대시켜 화면에 그려넣는다. 하얀 나방, 무늬가 화려한 나비 등은 원래는 사람에 비해 작은 크기지만, 그의 그림에서는 거의 사람에 맞먹을 정도로 크게 그려진다. 그래서 때론 위협적 존재로 다가온다.

7일부터 분도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위해 대구를 찾은 작가는 하얀 나방 그림을 예로 들었다. 작은 나방이 사람의 몸만큼 크게 그려진 데다 나방에서 하얀 분 같은 가루가 나와 사람에게 떨어진다. 식물의 잎사귀도 마찬가지다. 길쭉한 식물 잎이 누워있는 사람을 밧줄처럼 옭아매고 있는 형상이다.

작가는 “흰 나방과 나방에서 나온 가루가 사람에게 해가 될지도 모르지만, 나방과 그 가루는 보기에는 아름답게 느껴진다. 사물이 가진 양면성과 함께 이를 넘어서 공존해야 함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림에 등장하는 모든 사물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 소중한 줄 모르고, 쉽게 잊어버리는 존재다. 소소한 것의 중요함, 현대인들이 잃어버리고 사는 것들의 소중함 등도 담아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그림은 동양화의 느낌이 나는 것도 특징이다. 유화나 파스텔화인데도 마치 수채화처럼 느껴지는 표현기법이나 여백미를 느낄 수 있는 것, 나비·붕어·새 등 동양화에서 즐겨 사용하는 소재들을 들고 나온 점은 일반적인 서양화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작가는 “내 작업을 분명 현대미술이다. 현대미술가는 늘 새로운 매체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새 매체를 사용하는 것이 현대미술만은 아니다. 과거의 것들을 기억하고 재창조하는 것도 현대미술”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첫 개인전인 케어스틴 세츠의 전시는 30일까지 이어진다.


<영남일보> 김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