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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만개 못으로 그려낸 빛나는 풍경 <유봉상 개인전>
  글쓴이 : 분도예술     날짜 : 13-12-26 11:35     조회 : 8162     트랙백 주소
수만개 못으로 그려낸 빛나는 풍경 <유봉상 개인전>

출력한 풍경사진 나무틀에 고정 후 명암에 따라 수만개의 못 박아 오랜시간 우직한 노동의 결과물 내달 22일까지 갤러리분도





나무판 위에 수많은 못을 박아 완성한 유봉상의 작품이다. 100×150㎝ 크기로 사용된 못만 대략 15만개에 이른다. 작은 사진은 세부 모습.


울창한 버드나무 숲이 화폭에 들어앉았다. 묘사가 하도 세밀해 나뭇잎에 부딪히는 태양빛과 청량한 공기가 느껴진다. 청아한 새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버드나무에서 일어난 서늘한 바람이 썩 다가와 이마를 후려치고 지나갈 것만 같은 풍경이다.

유봉상은 이 모든 풍경을 작은 못으로 그려낸다. 전통 회화 방식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파격’이다. 예술은 한계가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작업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녹록지 않다. 먼저 원하는 크기의 틀을 짜고 못을 박을 나무를 덧댄다. 그 다음 풍경 사진을 찍어 천에 출력하고, 이를 나무 틀에 고정하는 것으로 준비작업이 끝난다.

다음엔 밑그림을 따라 못을 박는다. 점을 찍어 묘사하는 점묘화를 빼닮았다. 그림자가 드리운 곳은 못을 안 박거나 듬성듬성 박고, 밝은 부분엔 못을 촘촘하게 박아 묘사하는 식이다. 압축공기를 활용해 못을 박는 ‘태커’란 기계를 사용한다. 100×150㎝ 크기에 들어가는 못 개수는 평균 10만~15만개. 엄청난 시간과 노동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래도 끝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아크릴 물감을 뿌린 뒤 그라인더를 이용해 못의 머리 부분을 갈아내야 모든 작업이 마무리된다. 빛이 못 머리 쪽에 떨어지면 반사해 하이라이트가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못으로 빛을 걸어뒀다’는 어느 프랑스 평론가의 표현처럼, ‘빛’은 못과 더불어 작가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가 못 작업을 시작한 것은 프랑스에 머물던 2000년부터다. 작업실이 있던 프랑스 보스 지방의 한적하고 아름다운 평원의 모습을 담은 게 시작이었다. 이후 작가는 10여년 동안 추상적인 패턴부터 자연 풍경, 복잡한 건축물의 형상까지 자유자재로 표현해왔다.

작가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1990년 프랑스에 건너간 뒤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다 2008년 귀국했다. 현재 경기도 광주에 작업실을 두고 작품활동을 한다.

그가 그간의 작업 성과를 모아 대구 갤러리분도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2007년에 이어 대구에서 여는 두 번째 전시인 이번 전시에, 작가는 작업실 주변 풍경을 담은 신작 10여점을 내놨다. 내달 22일까지. 문의 (053)426-5615.

<대구일보> 김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