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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을 느끼는 순간, 숨이 거칠어진다
  글쓴이 : 분도예술     날짜 : 13-03-19 16:08     조회 : 4981     트랙백 주소
삶의 ‘여유와 고통’ 묘한 대비
김영환展 15일부터 갤러리분도

김영환 作 ‘조용한 풍경’
길게 자란 초록빛 풀숲 사이로 작은 강이 흐르고 있다. 빽빽이 들어찬 풀들과 고요히 흐르는 강물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약간 차분한 톤의 색감으로 잡아낸 그림은 보는 이에게 평온함을 준다. 김영환 화가가 그린 ‘조용한 풍경’ 연작이다. 그의 작품은 이처럼 언뜻 보면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삶의 여유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런 풍경 속에 눈에 띄는 형상이 있다. 그림 전면에 배치된 해골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 들어차있는 그림은 보는 이에게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독일에서 미술공부를 한 김영환은 자신이 꿈꾸는 아르카디아(Arcadia)를 작품으로 끄집어내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회화는 물론 입체, 설치, 판화와 같은 다양한 작품으로 이를 시도했다.

하지만 작가가 꿈꾸는 아르카디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이상향이 아니다. 그는 이상향을 그리지만 그 이상향 속에는 현재의 아픈 모습들이 담겨져있다. 해골은 한때 약동하던 생명이 남긴 앙상한 흔적이다. 작가는 이같은 모습을 가혹하리 만큼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해골 외에 새, 조각배 등을 등장시켜 현재의 고단함을 전한다. 그의 그림에서 새는 날기를 포기한 채 앉아있고, 한때 많은 사람을 태웠을 법한 조각배는 으스러지기 직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작가는 아름다운 자연풍경에 해골, 새 등의 죽음, 버려짐, 닳음 등을 상징하는 소재를 가미시킴으로써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더욱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김영환 作 ‘손’

오는 15일부터 3월5일까지 김영환의 개인전을 여는 갤러리분도의 윤규홍 아트디렉터는 “그림 속의 이 어울리지 않는 두 존재는 불편한 대비나 긴장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예술적 이상향을 드러내려 하는데, 예술적 성취에서 오는 환희를 현학적으로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독일 브라운 슈바익 조형예술대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유학시절 렘고시 창작후원상, DAAD 문예진흥상 등 여러 작가상을 받고 미술대전 등에서 입상했다.

이번 대구전시에서는 회화작품 10점과 테라코타로 제작된 조각작품 20여점이 설치작업형식으로 소개된다. (053)426-5615

영남일보 김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