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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규전‘Layers & Dimensions’ 16일부터 갤러리분도
  글쓴이 : 분도예술     날짜 : 13-03-19 14:06     조회 : 8877     트랙백 주소
록음악의 파열음처럼 실수의 흔적도 예술
회화작업서 발생한 노이즈
혼란 속 나름의 질서 주목
평면·입체작품으로 되살려



화면에 무수한 선을 그어놓은 듯한 박종규 작가의 작품은 언뜻 보면 바코드를 닮기도 하고, 전기나 음파 신호가 기록된 펄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검은색, 빨간색 등 단색을 사용해 짧고 긴 선을 무수하게 겹쳐놓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같은 선의 나열을 캔버스에 회화로 표현하거나, LED 영상작업으로도 보여왔다.

작가는 이런 자신의 작업에 대해 ‘노이즈(noise)’를 담아낸 것이라고 말한다. 캔버스에 그어진 무수한 선이 시각적인 노이즈란 것이다. 작가는 “소리에 포함된 노이즈처럼 이미지에도 일종의 노이즈가 있다. 회화에서 노이즈는 항상 존재해 왔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모더니즘 미술에서 모노크롬 회화는 노이즈를 골라내 버린 순도 높은 예술작품이다. 작가는 미술가에게 요구되는 높은 숙련의 좌절, 깊은 성찰의 부재로 여겨지던 노이즈를 작품으로 복원했다. 회화에서 의도치 않은 실수처럼 여기던 노이즈를 따로 모아 화폭에 담은 것이다.

그는 노이즈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음향학에서 취급되던 대표적인 노이즈인 디스토션(distortion)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디스토션은 전기증폭장치에서 입력과 출력의 펄스가 맞지 않아 소리가 찌그러지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것은 록음악에서 그 파열음이 가진 카타르시스로 인해 일렉트릭기타가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음악효과가 됐다. 그의 작품 역시 미술작업에서 나타나는 노이즈를 이처럼 새로운 성과물로 만들어가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오는 16일부터 8월11일까지 갤러리분도에서 펼쳐지는 박종규 작가의 개인전 ‘Layers & Dimensions<사진>’는 이같은 그의 작업을 보여준다.

작가는 선 작업을 통해 평면과 입체, 2차원과 3차원의 공간을 동시에 표현하려는 조형적 시도를 줄곧 해왔다. 점이 모인 선, 선이 모여 만들어낸 면 등이 화면에 동시에 드러나는 듯한 그의 작업은 어찌보면 점·선·면 어느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이것 저것을 동시에 표현하려는 것은 곧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경계, 부산물, 돌발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불규칙적이며 통제 너머에 존재하는 혼란스러움을 작가는 노이즈로 바라본다. 하지만 이 노이즈는 혼란스러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도 나름의 질서가 있다. 작가는 이에 주목하고, 미술에서 각 요소를 정련시키는 과정에서 솎아져 나오는 노이즈를 배제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회화, 사진, 영상, 설치작업으로 노이즈를 되살려낸다. (053)426-5615

영남일보 김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