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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동품 작가’이진용 대구서 첫 개인전 … 11일부터 갤러리분도
  글쓴이 : 분도예술     날짜 : 13-03-19 13:57     조회 : 5556     트랙백 주소
세월의 흔적까지 담아내다

이진용 작 ‘The Silence’
주위를 둘러보면 수집벽을 가진 사람을 흔히 만날 수 있다. 고색창연한 골동품을 모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화와 커피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관련된 물건을 틈나는 대로 수집하는 사람도 있다.

작가 이진용도 수집벽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모으는 것은 고색창연한 골동품이다. 1992년 우연히 벨기에로 여행을 떠났다가 한 벼룩시장에서 본 호박에 매료돼 골동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노란 빛을 발하는 호박 속에 나뭇잎이 들어 있더군요. 오래된 듯하면서도 그 세월이 주는 그윽함을 가진 호박의 빛깔과 호박 속에 들어있는 나뭇잎이 제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그래서 골동품을 모으기 시작했고, 이것으로 나만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진용하면 ‘골동품 작가’란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전 세계와 국내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골동품을 오래된 상자 안에서 작가 나름의 방식으로 배치한 뒤 에폭시 등 순간접착제를 사용해 보존시킨 오브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것이 그의 이름을 국내 화단에 널리 알린 계기가 됐다. 92년부터 2011년까지 박여숙화랑, 아라리오갤러리 등 굵직한 화랑에서 전속작가로 활동한 것만 봐도 그의 명성은 익히 짐작이 된다.

골동품 자체를 활용해 작업하던 작가는 2005년부터 골동품을 극사실주의 기법의 회화로 표현하고 있다. 오래된 책을 비롯해 한국의 전통도자기, 오래된 가방과 시계 등 세월의 흔적이 가득하게 묻은 것은 무엇이든 그림의 소재가 된다. 자신이 가진 골동품이 주된 소재가 되지만, 때로는 박물관 또는 미술관 등에 있는 골동품을 화폭에 담아내기도 한다.

많은 작가가 극사실주의 작품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진용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같은 요인 때문이다. 그리기의 대상이 주로 고색창연한 물건이란 점, 세월의 멋을 풍기는 물건을 표현하는 그림 자체도 중후한 색과 구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 회화의 대상 대부분이 자신의 수집품이란 점이다.

갤러리분도 윤규홍 아트디렉터는 “그는 취미로 골동품을 수집하고 있으며, 이 취미를 자신의 일로 완성하고 있다. 취미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업이란 점에서 그는 그림 그리기를 더욱 즐거워하는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작가의 해석에서도 다른 극사실주의 기법의 작품과는 다른 점이 느껴진다. 작가는 “보이는 작품의 형태는 골동품이지만, 골동품 속에 스며있는 인간의 시간과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골동품은 사람이 오랫동안 쓰다가 버려지기 직전의 물건으로 볼 수 있다. 주인이 물건을 쓰는 과정에서 벌어진 많은 이야기가 골동품에 그대로 스며 있다. 이런 이야기는 곧 사람의 에너지다. 물건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기쁨과 슬픔 등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진용의 작품을 두루 만날 수 있는 개인전이 오는 1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갤러리분도에서 열린다. 대구에서의 첫 전시이자, 20년 동안의 전속작가 생활을 그만둔 뒤 처음 여는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골동품을 활용한 오브제 작품과 극사실주의 작품은 물론, 작가의 골동품 가방을 압축종이로 똑같이 만든 조각품까지 40여점을 선보인다.

윤 아트디렉터는 “작가는 자신이 가진 골동품을 작품화해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보여주고 싶어한다. 이번 전시작을 통해 작가가 살아온 삶의 궤적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이 걸어온 삶의 과정도 한 번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053)426-5615

영남일보 김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