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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욕망에 타오르다 사그라지다
  글쓴이 : 분도예술     날짜 : 12-01-11 14:54     조회 : 7359     트랙백 주소

추종완의 그림을 보면 ‘그로테스크’란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그림 전체를 흑백사진과 같은 검은 톤으로 처리하고 머리, 심한 경우는 상체까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짓이겨 놓은 형태다. 형체가 사라진 인간의 몸은 활활 타오르던 불 속에 남겨진 재 같은 것들이 가득 붙어 섬뜩함을 준다.

꽃다발을 들고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멋진 정장차림의 신랑이 다정히 팔짱을 끼고 있지만, 얼굴을 포함해 가슴 윗부분까지의 형체는 알아볼 수 없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예비부부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전하는 느낌은 약간의 무서움이다. 다른 작품 역시 이와 비슷하다.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자신의 애완견인 듯한 귀여운 개를 손으로 만지면서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 남자의 상반신은 형체가 없다. 애완견과 지내는 편안한 시간이지만 그림은 뭔지 모를 불안감을 던져준다.

하지만 추종완의 그림은 단순히 무서움만 던지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신체 일부분을 없애는 표현기법을 통해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작가가 이런 표현을 통해 드러내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작가는 그동안 ‘탈(脫)’이라는 주제를 통해 일상에서 규정되는 사물이나 사건이 구성되는 인식관계, 우리의 정신과 신체가 가지는 양면성으로부터 벗어남을 시도해왔다. 이 벗어남은 미술작품으로 표현되면서 다소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형상으로 나타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머리 부분을 짓이겨 놓거나 뒷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를 통해 작가는 겉과 속이 일치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의 인간 삶의 실상을 지적하면서 그것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바람을 드러낸다.

21일부터 갤러리분도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에서도 작가는 ‘탈’시리즈를 선보인다.

윤규홍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는 “작가는 인간의 얼굴을 없애버림으로써 현대인의 익명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본얼굴이 아닌 사회적 가면을 쓰고 다닌다. 작가는 이같은 가식적 얼굴을 지워버림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를 바란다”고 설명한다.

그림 속 인물 상당수는 값비싼 명품의류나 기호품 등을 걸치고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현대인들의 과시적 소비를 나타내는 것은 물론, 이런 인공품을 개 등 동물과 같은 자연의 상징기호로 대체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드러낸다.

윤 아트디렉터는 “작가는 욕망덩어리로서의 인간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것들이 재가 돼 덧없이 사라질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작가 또한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적 존재임을 반성하는 태도를 그림 곳곳에서 보여줌으로써 작품의 호소력을 더욱 높인 것도 그의 작품이 갖는 매력”이라고 말한다. 다음달 10일까지. (053)426-5615

영남일보 김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