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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수묵화에 빨간 패러글라이더…낯익은 산수, 낯선 풍경
  글쓴이 : 분도예술     날짜 : 12-01-11 14:25     조회 : 5847     트랙백 주소

그림 아랫부분에 수묵으로 그린 첩첩산중이 펼쳐진다. 붓으로 선긋기를 반복해 산세를 검게 재현했지만 전통수묵화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내 보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하지만 이런 편안함을 깨는 색깔이 금세 시선을 빼앗는다. 산 위로 펼쳐진 연회색빛 하늘에 빨간색 패러글라이더가 떠다닌다. 분명 수묵화인 듯한데 패러글라이더가 그동안 봐오지 못했던 낯선 풍경을 연출한다.박병춘(덕성여대 동양화과 교수) 그림의 매력은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작가는 한국화가지만 그동안 우리가 흔히 봐왔던 그림을 따르지 않는다. 그는 전통적인 우리 회화를 현대적으로 탈바꿈시키는 시도를 줄곧 해오고 있다. 진경산수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풍경의 묘사 위에 엉뚱한 사물을 추가함으로써 산수화가 가지는 본연적인 의미를 새롭게 뒤틀어 버린다.그의 작품에 포인트로 등장하는 낯선 사물들은 그림 ‘제주도를 날다’에서 보여준 패러글라이더를 비롯해 작가로 추측할 수 있는 인물, 과일, 가구, 집, 코끼리 등 다양하다. 이는 산수화에 배치될 이유가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공간배치나 원근, 구도와도 크게 어긋난 경우가 많다. 특히 색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흑백의 산을 배경으로 빨강, 노랑, 파랑 등 원색으로 표현된다.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같은 표현기법에 대해 평론가 고충환은 “지금 여기에 현재하는 풍경인 실경과 풍경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과 간여의 소산인 진경의 혼연일체”라고 평했다.작가는 그림의 대상지를 찾기 위해 전국의 산과 들을 헤맨다. 그 과정에서 그린 사생을 작업실에 가져와서 화폭에 옮긴다. 하지만 작가는 실제 경관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그 위에 주관적인 이차적인 질서를 더한다. 그 과정에서 낯선 풍경이 만들어진다.오는 20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박병춘 개인전을 여는 갤러리분도도 그래서 전시회 타이틀을 ‘낯선, 어떤, 산수풍경’이라 붙였다. 작가의 그림에 나타나는 이 같은 특징은 동양적인 회화양식의 틀과는 상당한 거리를 느끼게 한다. 작가는 한국화가들이 종이, 먹, 붓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그 물건들과 필선을 신성시하는 경향을 거부한다. 전통의 맥을 이어가면서도 그만의 실험적인 방법을 접목시켜 현대적 감각의 한국화를 완성한다.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강원도 오지 산자락과 제주도 섬을 일주했다. 강원도 오지의 한 산자락에 빨간색 집이 들어서있고, 제주도 풍경 위로 빨간색 패러글라이더가 떠다닌다. 깊은 산중을 홀로 걷는 노란 코끼리도 눈에 띈다.갤러리분도 윤규홍 아트디렉터는 “원색은 현대인들이 일상 속에서 보는 익숙한 색상이다. 이를 현대 도시인들의 삶의 편린이라고 보면, 수묵으로 처리된 산과 들녘은 아련한 기억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053)426-5615

영남일보 김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