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월) ~ 4월 11일(화)
갤러리분도 

망치로 퉁퉁 맞아 제 역할을 찾아가는 못, 못은 흔히 물건을 걸거나 단단히 고정하는 도구로 사용되지만, 유봉상 작가의 손을 거치면 특별한 예술적 매개체가 된다. 유봉상 작가는 ‘못’ 을 활용해 자연 풍경을 재해석하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갤러리분도가 2025년 첫 전시로 유봉상 작가의 개인전 ‘그린란드’를 선보인다. 유봉상은 2000년부터 못을 활용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추상적인 패턴부터 고풍스러운 건축물, 울창한 숲과 파도, 열대우림까지 다양한 자연의 형상을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는 2007년, 2013년에 이어 갤러리분도에서 세 번째로 개최되는 그의 개인전으로, 최신작과 대표작들이 전시된다.

그의 작업은 자연 탐사를 통해 촬영한 풍경 사진을 기반으로 시작된다. 이후, 현수막 천에 이미지를 출력하고 이를 나무에 고정한 후, 그 위에 수만 개의 작은 핀못을 박아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반복적이고 섬세한 작업을 통해 탄생한 작품은 단순한 풍경의 재현을 넘어, 추상과 구상이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못을 박는 깊이에 따라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지는 독특한 입체감이 탄생한다. 이런 입체감은 관람자의 시선과 빛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보여줘, 관람자가 마치 실제 자연 속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도 한다.

한 외국 평론가는 그의 작품을 두고 “못으로 걸 수 있는 것이 많지만, 유봉상은 빛을 걸어놓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차가운 철제 못을 이용해 따뜻한 빛을 창조하는 그의 작품은, 불안한 현실 속에서도 담대하게 나아가고자 하는 우리의 발걸음을 비춘다.

유봉상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990년부터 20여 년간 프랑스에 체류하며 작업했다. 서울 관훈미술관, 갤러리 현대, 대구 시공갤러리, 갤러리분도, 부산 조현화랑 등 국내 화랑과 프랑스 파리 등에서 17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