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으로 그린 몽환적 풍경 만나는 전시 눈길
작품 바라보는 장소나 위치 따라 넘실대는 작품 이미지
차가운 철제 못 위에 걸어놓은 및의 세계
못(핀못)은 유봉상 작가에게 있어 특별한 시각적 효과를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훌륭한 도구다. 작품을 바라보는 장소나 위치에 따라 넘실대는 작품의 이미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못으로 걸 수 있는 게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유봉상은 빛을 걸어놨다”라고 한 어느 외국 평론가의 말처럼, 유 작가는 차가운 철제 못 위에 빛의 세계를 걸어놓았다. 깊은 그림자 속에서도 의연하게 빛나는 빛의 세계는 때로는 위로가, 때로는 용기가 된다.
유봉상의 개인전 ‘그린란드(Greenland)’가 4월11일까지 갤러리분도에서 열린다.
갤러리분도의 올해 첫 전시로 마련된 이번 개인전은 유 작가의 못 작업 근작을 소개한다. 2000년부터 본격적인 못 작업을 시작한 유 작가는 추상 패턴과 고풍스러운 건축물을 비롯해 울창한 숲 등 자연의 형상을 표현해 왔다.
그의 못 작업 작품은 붓이 캔버스에 닿는 일반적 작업의 결과물과는 다르다. 기계를 이용해 무거운 판넬을 작업대에 세우고, 그 위에 에어타카를 이용해 15㎜ 헤드리스 핀못을 반만 박아넣어 7㎜를 남긴다.
약 30만개의 핀못으로 형성된 7㎜의 빽빽한 그늘, 그것이 만들어낸 빛은 보는 이의 시선과 기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시선의 방향에 따라 변화하는 못으로 인해 화면상에는 시각적 진동이 일어난다.
그는 깊고 어두운 숲을 조망한다. 작업의 시작은 여느 창작 과정처럼 ‘리서치’에서 출발한다. 인터넷을 통해 호수나 강에서 배를 타고 물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숲을 고른다. 그리고 현실의 숲으로 간다. 촬영한 사진 중 어떤 사진을 골라 어떻게 화면을 프레이밍(framing)할 것인가의 단계부터 작가의 고민이 시작된다. 이후 이미지를 선정하고, 수십만 개의 못을 박는 고단한 노동의 시간을 감내한다.
갤러리분도 관계자는 “유봉상이 만들어낸 빛의 몽환적 풍경을 감상하면서 고요한 내면의 세계에 침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