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시간 : am 10:30– pm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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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대구문화] 물감(物監), 그리고 그 부산물들 이달 2곳에서 열리는 최상흠 개인展

최상흠 작가의 작업은 몸으로 물성을 탐구하는 치열한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건축용 레진몰탈이라는 산업 재료를 질료로 삼았다. 그리고 이 물성을 점층적으로 부어 쌓아 오묘한 색과 질감의 비경을 창조해 왔다. 반복과 기다림, 즉흥성과 의도성의 조화는 ‘사물이 직접 말하게 해야 한다.’는 작가의 제작 방법이 적용된 것이다. ‘그리지 않고 그린’ 작품들은 회화에서 요구하는 전통적인 손맛이나 정면성을 넘어선다. 그런 그가 지역에서 두 개의 서로 다른 전시를 연이어 연다. 이 두 전시는 마치 하나의 작품 탄생 뒤에 남겨진 이야기를 나누는 일종의 대화 같은 전시다.

갤러리분도 ‘물감(物監)을 풀다’에서는 그간의 레진몰탈의 물성을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한 또 다른 시리즈를 공개한다. 그의 이전 작업이 불투명하고 단단한 표면 위에 색을 입히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투명한 지지체를 써 빛이 작품 깊숙이 들어와 생성되는 색의 깊이와 상호작용한다.
아크릴판을 사용한 회화는 불화에 쓰이는 배채법(背彩法)을 결합해 뒷면의 색이 앞면으로 스며들게 하고, 모서리를 둘러싼 테두리에도 색을 넣어 비경의 색을 창출해 낸다. 한편, 캐스팅 입체에도 투명함을 입혔다. 비닐을 바느질한 틀을 크기별로 여럿 제작하고 서로 다른 색의 레진을 부어 나타난 중층 구조 역시 빛과 상호작용한다. 이러한 투명성의 탐구는 단순한 시각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물질 그 자체가 작품으로서 생명력을 얻는 가능성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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