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시간 : am 10:30– pm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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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대구문화] 갤러리분도 ‘카코포니+(Cacophony+)’展

지역 공공 문화예술 기관에서는 전도 유망한 신진, 청년 작가들을 발굴하여 소개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운영하고 있다. 이들 청년 작가가 꾸는 최종 꿈은 ‘미술만 하며 먹고 살 수 있는 전업작가’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적 기관에서 살펴보는 예술성에 더해 자신의 작품의 가치를 또 다른 눈으로 평가받는 미술 시장으로의 진입이 필수불가결한 사항이다. 미술시장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성과 상업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작가들을 예리하게 살펴보고 선발해 지원해 온 화랑이 있다. 바로 (사)박동준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갤러리분도다.

갤러리분도는 2006년부터 지역 미술대학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신진작가 발굴 프로모션 ‘카코포니(Cacophony)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진지하게 작업을 이어오는 유명 중견 , 원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지역 대표 화랑인 이곳이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작가 지망생들의 작품을 전시장에 내걸고 전국에 소개하는 일은 흔치 않은 시도였기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2021년부터는 당해 미술대학 졸업생에 국한되었던 선정기준을 완화해 지역 미술계에 한 발 내딛은 신진 작가로 영역을 넓혀 ‘카코포니+(Cacophony+)’로 개편하여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더욱 심도 있는 전시구성을 통해 소개하는 중이다.

올해 갤러리분도에서 선정한 카코포니+의 주인공은 권세진, 이재호 작가다. 두 작가는 ‘풍경’이라는 오랜 소재를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사유해가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2024년 풍경화의 새로운 국면을 다양한 신작으로 펼쳐보인다.

한국화를 전공한 권세진 작가는 우리나라 수묵 기법으로 일상과 사물의 풍경을 독특하게 표현한 작업으로 일치감치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수묵의 기법을 사용하지만, 사진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려 수묵과 사진의 한계를 뛰어넘는 독특한 감흥을 자아내는 화풍을 이어왔다. 작가는 남기고 싶은 일상의 순간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그것을 10×10㎝ 크기의 정사각형 수십 개 파일로 분할해 인화하여 조각 조각을 수묵의 기법으로 옮겨 담은 후, 그 조각들을 다시 이어붙여 거대한 화면을 완성시키는 방식을 선보였다. 전체가 하나의 이미지이면서 그 조각 하나하나가 완결을 지닌 또 다른 작품인 이 방식을 차용해 여러 장면을 합성하기도 하고, 시점을 달리하여 하나의 장소를 유기적으로 구성하는 등 다채로운 시도들을 선보여왔다.

그런 작가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다의 ‘윤슬’이다. 수면의 일렁임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윤슬의 미묘한 번화를 섬세한 모노톤으로 구현해낸 그의 조각 낸 대형 시리즈에는 윤슬이 주는 아름답고 찬란하고 고요한 미감이 수묵의 기법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더불어 일상의 사물과 풍경을 드로잉 한 ‘먹지드로잉’ 시리즈도 선보인다. 진달래, 잔(Glass), 커피의 핸드드립 기구 등 개인의 일상이 녹아든 빛바랜 풍경 그림은 등장인물의 가장자리를 흐릿하게 하거나 세부적인 묘사를 생략하여 대상들의 실제감보다는 기억의 잔상이나 감성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기억 저편에 숨어있는 어린 시절 추억의 장면들을 불러낸다.

한편, 이재호 작가는 대학 시절부터 돌연변이 동물들을 표현하는 ‘몬스터’ 시리즈로 벽화, 회화, 설치 등을 보여주었다. 그의 상상력으로 구현해낸 이 몬스터들은 자연생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동물의 집단적 속성에서 분리되어 소외되고 외로운 존재로 동시대 현대인을 대변했다.

이처럼 캐릭터를 내세워 개성 넘치는 표현을 구사하던 그가 최근 돌연 진지한 풍경 시리즈를 내놓아 시선을 끌었다. 신작 시리즈 ‘지나치는 풍경’은 자연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해 보이는 꽃과 나무 등 자연의 단편을 속도감 있는 붓질로 단숨에 그려낸다. 이는 단순한 자연이라는 대상을 표현하는 데 그치기보다, 그 순간 느꼈던 본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기록이다. 작가는 같은 산책로라 할 지라도 출발점으로 바라본 그곳과 도착지로서 바라본 장소의 풍경이 전혀 다른 감흥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인지하며 지나쳐온 것들을 자세히 바라보고 사유하며 생동감을 불어넣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글/ 김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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