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분도는 22일부터 오는 5월24일까지 유현미 작가의 ‘적 Enemy/그림 없는 퍼즐’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박동준기념사업회가 매년 갤러리분도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작가들을 초대하는 ‘Homage to 박동준’ 전시의 하나로 마련됐다. 2020년 이명미 작가를 시작으로, 임현락, 이진용, 서옥순 전시 이후 올해는 매체와 장르를 거침없이 넘나드는 유현미 작가의 전시를 선보인다.
유 작가는 사진·회화·조각·설치·영상을 교차하는 작품들과 그것이 시·소설과 같은 문학으로 연결되는 지점까지, 특히 각각의 매체가 지닌 장점을 최대한 살려 혼합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작가로서의 삶과 동시대 사회상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창작한 뒤 다시 그를 소재로 파생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22년 출간한 소설 ‘적 Enemy’와 ‘그림없는 퍼즐’로부터 텍스트가 회화공간 안에서 어떠한 이미지로 표현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3층 전시공간은 유 작가의 자작 소설 ‘적 Enemy’에서 시작한다. 창작과정 속 자기복제에 대한 두려움을 주제로 하는 이 소설에서 유 작가는 초현실적인 상상의 공간을 표현한다. 특히 이번 신작들은 그 동안의 사진작품과 달리 에디션이 없고 모두 한점의 유니크한 작품으로 제작된다.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환영적 이미지들은 보는 이에게 상상할 수 있는 힘을 준다. 2층 공간은 ‘퍼즐’ 시리즈의 신작들을 선보인다. 아무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새하얀 퍼즐이 존재한다는 모순된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 시리즈는 1998년부터 약 26년간 유 작가와 함께 성장해 왔다. 조각과 설치작업으로 시작되었지만, 다양한 이야기가 쌓이는 과정을 거쳐, 2022년에 ‘그림 없는 퍼즐’ 소설로 완성됐다. 이 소설에서 유현미 작가는 주인공의 자아 성장 과정을 본인의 퍼즐시리즈의 흐름과 유사하게 표현했다. 갤러리분도 관계자는 “예술과 예술가를 사랑했던 고(故) 박동준 선생의 뜻을 따라 갤러리분도와 ‘박동준 기념사업회’는 앞으로도 변화를 추구하며 실험을 멈추지 않는 작가들의 신작을 선보이는 전시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