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Rib queen(늑골 여왕), Oil on canvas, 116.8x91cm, 2022.
갤러리분도가 13일부터 카코포니(Cacophony·불협화음) 17번째 전시를 연다.
카코포니 전시는 2006년부터 갤러리분도가 매년 신진작가 발굴을 목적으로 개최해온 전시다. 서툴지만 실험 정신이 담긴 작가 지망생들의 작품을 선보이고자 17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김민석, 김지언, 배소영, 정해인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김민석 작가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양한 생각을 거침없이 그려 본인만의 독특한 화면을 담아낸다. 한눈에 알아보기 힘든 복잡한 그림을 잠시 들여다보면, 상상의 단서들이 담긴 새로운 생물체가 발견된다.
작가는 다양한 색채의 물감 덩어리와 점, 선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회화 속 생물체를 통해 관람객들이 각자의 감정과 이야기로 펼쳐나가는 상상의 시간을 갖게 한다.
김지언 ‘아프간 전쟁 중 배식받는’
회색빛의 모노톤으로 담담하게 그려진 김지언 작가의 작품은 과거 혹은 현재의 다양한 사회현상을 이미지화해 다시 기억하게 만든다. 삶 속의 다양한 문제를 담은 웹 이미지를 차용해, 대상의 색을 제외시키고 모노톤으로 화면에 옮긴다. 작가는 그 위에 물감을 두텁게 올리거나 흘러내리거나 흩뿌려 자신만의 새로운 감정을 더한다. 배소영 작가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낀 감정과 감각, 경험을 밟힌 잡초나 흩어지는 연기, 벌거벗은 나무, 씻겨 내려간 거품 등에 의인화해 연약한 인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최근에는 그 대상을 나무로 옮겨, 삶의 희노애락을 엉켜있는 나뭇가지의 형태로 그려낸다.
단단한 신체가 녹아내리는 듯한 묘한 표현이 매력적인 정해인 작가의 그림은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정 작가는 덥고 습했던 어느날, 몸이 너무 무거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움직임도 없는 무기력한 자신이 침대에 누워 그대로 녹아내려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초콜릿, 카라멜 혹은 주스처럼 흘러내리는 모습으로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그는 삶에 무기력한 자신의 감정을 극복하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들여다보는 자화상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일기를 쓰듯 하루하루를 지켜나가고 있다.
정수진 갤러리분도 큐레이터는 “신예 작가들의 개성 있는 작품들이 하나의 통일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서로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예술적 에너지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는 25일까지. 일요일은 휴무다. 053-426-5615.